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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Jun 20.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카르카손



그동안 떠나는 여행을 다면 이제는 돌아오는 여행을 할 차례인가 보다.

 부족한 시간과 공간과 마음의 부재를 찾아다니던 여행.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길이었을까.

아침역에는 고소한 빵냄새와 커피 향이 가득하다.

카르카손을 향해 기차를 타는 오늘의 날씨는 맑음이다. 봄는 일교차가 심해 흐린 날은 춥다.

비까지 오면 바람에 더 추워지고 여행을 계속하기가 힘들다.

다행히 맑고 푸른 아침에 카르카손행 열차를 탔다.

성곽도시의 명성을 듣고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 떠나기로 했고 가는 길에 드믄드믄 언덕 같은 산이 보이기도 해서 서쪽으로 가고 있다는 실감을 한다.


도착한 카르카손의 날씨는 흡족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 맞춤이다.

성으로 오르는 길은 어렵지 않았고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면서 벌써 성은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뇌프다리와 비외다리.

강을 바라보는 일은 시간을 만지는 일과 같다.

그런 강을 건넌다는 것이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을 가게 하는 다리의 역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점점 커지는 우람한 몸채가 마을의 크기를 상상하게 한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검문이 수월하게 좁은 길로 굽어져 있고 단단한 벽은 두터운 결의를 비치는 듯하다. 역시 입구의 가게부터 갑옷을 내어 놓고 여기가 어딘지를 말하려 한다.

카르카손. 2세기부터 요새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6세기에 첫 번째 성벽이 만들어졌다. 와인전쟁과 여러 번의 전투로 성의 외곽은 이중으로 었으며 12세기에 문화적으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이한다.

성안의 골목길은 시간여행을 나선 사람들로 붐빈다.

점심을 먹기로 마음먹은 작은 식당을 찾았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반 지하처럼 느껴지는 식당의 창 너머로 중세의 장면에 상영되는 듯하다.

백숙과 찌개의 중간쯤 되는 푸짐한 요리를 마주하고 당황스럽다.

양이 많고 짜다. 콜라 한 병을 다 마시고 새로운 경험의 값을 치르며 나섰다.

 안벽과 바깥벽 사이를 산책할 수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무장한 보초들이 경계근무를 했을 듯하다.

성 밖의 생 루이 지구는 오드강 너머로 바둑판 모양의 도시를 볼 수 있 생 미셸 대성당과 넵튠의 분수로 단장한 카르노 광장등이 다.

성벽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아이들의 유쾌한 웃음이 바람에 날린다.

성벽 위의 전망이 좋은 테라스를 걸어 극장까지 견학하는 가이드 투어도 있다.

길고 긴 산책 길에 지키기 위해 벽을 만들고 산다는 것이 성과 도시만은 아닌 듯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듯 시간여행의 길 위에 서면 고요한 수면의 아래로 내려가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

여행은 삶의 태도를 분명하게 해 준다고 했던가.

아이들처럼 성벽으로 올라가 외벽과 내벽 사이에 섰다.

외벽도 충분히 높지만 내벽은 더 높고 강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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