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스윙댄스
백수일상 중 제일 꿀인 순간 중 하나는 일어나자마자 TV를 켜는 순간 아닐까? 오늘은 아침 일정이 딱히 없으므로 리모컨부터 집어 들고 이부자리 속에서 아침을 먹는다. 보통은 일요일이나 연차날에나 가능한 행동임을 알고 귀히 여기며 즐긴다. 요즘은 디즈니플러스에서 Grey's Anatomy 정주행 중이다. 십 대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쭈욱 시청해 왔던 미드라 이젠 소울푸드처럼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시리즈이다.
아침, 점심은 뭉그적 거리면서 보내고, 오후가 되니 밖에 좀 나가야겠다 싶어 이전부터 팀원이 추천해 줬던 신사역 사우나, 레이스파에 가보기로 한다. 나는 목욕탕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이미 준비된 목욕탕 파우치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신사역을 향하는 3호선 전철에서 사우나 추천 해 준 팀원 생각 한다. 톡 하나 남길까도 싶지만, 나 잘 쉬라고 일부로 연락 꾹 참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나도 참기로 한다. 스파레이는 오래된 사우나라 연식이 좀 있지만, 규모가 워낙 커서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 식당도 꽤 유명한 것 같지만, 난 왜인지 목욕탕에서 간식 먹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서 목욕에 집중한다. 불한증막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를 몇 번 반복한다. 스파레이 냉탕은 아주 차다! 십 초 세고 나오면 몸이 얼얼할 정도. 적당히 몸 불리고 세신까지 풀 코스로 받았다. 백숙에 들어갈 생닭처럼 매끄럽고 미끈거리는 몸으로 사우나를 마친다.
간식도 안 먹고 사우나했더니 너무나 배가 고프다. 냉장고에 있던 즉석 냉면 끓여 먹었다. 얼음 넣고 시원하게 먹었더니 금세 춥다. 하! 그렇게 한증막에서 지져놓고, 금방 추워지네. 광내 논 몸 다시 땀 벅벅 되기 좀 귀찮긴 하였지만, 오늘은 화요일 스윙댄스 가는 날이다. 특히나 오늘은 무료 라인댄스 강습이 있는데, 내가 오래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루틴이라 가야 한다. (The knitty gritty라는 루틴, 영상 참조: https://youtu.be/m01f4uAn1AA?si=-pYJI2uOXepoR78y)
흰색 빈티지 원피스를 입고, 속바지 챙겨 입고, 스윙신발 챙기고, 양말 신고, 운동화 신고 추울발. 신촌역 경성홀 앞, 댄서들이 삼삼오오 들어간다. 워크샵이 30분뿐이라 한 곡을 어떻게 배울 까 하였지만, 선생님이 break it down 해 주시니까 꽤 쉽다. 그리고 노래가 너무 신명 나서 즐겁다! 약간 헷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이 루틴의 포인트는 attitude인 듯하여 그냥 즐겁게 하는데 의의를 두고 워크숍 마무리.
8시,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소셜이 시작된다. 스윙 소셜은 말 그대로, 친목하며 편안히 추는 그런 시간인데, 나는 소셜을 제일 좋아하는 댄서이다. 대회나 퍼포먼스 위주로 준비하시는 댄서분들도 계시긴 하다. 서울은 스윙 추기 참 좋은 도시라, 모든 요일에 어딘가에서 소셜이 열린다. 오늘은 ’ 화경,’ 화요일, 신촌 경성홀에서 열리는 소셜이다. 4호선 라인에 살 때에는 ’목사‘ 목요일 사당 사보이도 자주 갔었고, 종종 ’금햎‘ 금요일 신촌 해피도 간다. 오늘의 DJ 또한 내가 좋아하는 분이라 :) 후훗 기분 최고. 보통 9시는 지나야 사람이 차고, 8:30까지는 춤추는 사람이 많이 없다. 다들 거울 쪽에 붙어서 스트레칭하거나 개인 연습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몇몇 커플은 소셜을 시작하는데, 그들의 모습이 마치 방금 마모한 아이스링크를 가로지르는 피겨스케이터 같다. 표면을 살짝 녹여 유리처럼 빛나게 마모된 아이스링크 위로는 스케이트 붓처럼 아이스 링크 위에 곡선을 그린다. 피크타임 전 floor를 예열하는 댄서들의 그렇게 지나간 길이 또렷이 보인다. 사각사각 곡선을 남긴다.
즐거운 소셜은 한 바탕 마치고, 오늘 배운 루틴까지 플로어에서 선보인 후 터덜터덜 집으로 향한다. 어제 못 마신 맥주 한 캔도 하며 텐션 업으로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