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요가, 보이차 라면
제주 여행 마지막날, 오전 비행기 타기 전 한번 더 수련 할려면, 새벽 수련 가야 한다. 5:20am, 렛츠고. 어제밤 미리 정해 놓은 착장 챙겨 입고 고양이 세수 하고 나간다. 밖은 아직 어둡고 달이 밝고 높게 떠 있다. 어제 오전 수련에 못 한 후굴을 채우 듯 오늘은 시작 부터 부장가. 0.5단계 베이비 코브라로 시작해 3단계 허리 옆 손집기 까지 15분 정도 반복한다. 3단계에서 언제 치골이 바닥에 닿을까? 언제 무릎이 굽혀질까? 몽상하다 뻐금뻐금 나오는 하품을 삼키며 이어 간다. 그 다음은 다누라아사나. 바닥에 지긋이 눌린 뱃속 맥박을 느끼며 엄지발가락이 시선에 걸리는 요가여신 구경도 한다. 세투 반다, 우르두바까지 하고 마침 내 “오늘 후굴은 여기까지,”라고 하신다. 야호 40분 후굴 대장정 끝.
그 다음은 여러 암발란스 시리즈를 하였는데, 따라하기 불가능하고 졸려서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그 다음은 사르방가(어깨서기)에서 여러 변형을 하였는데, 지난 번 차요가에서 해 보았던 시퀀스라 두려워 하지 않고 천천히 접근. 어깨서기에서 파드마를 틀며 측면으로 기우는 동작인데, 턱이 쇄골에 닿은 채로 여러 변형을 하다보니 특유의 위협감이 있긴 하나, 동작 자체는 어려운 편은 아니다. 한라아사나(쟁기)까지 하고 수련 끝. 나는 차담 시작하기 전까지 사바사나를 유지 하겠다는 의지로 꿋꿋이 누워 있었더니 30분동안 숙면을 하고 말았다. 언듯언듯 들리는 소리로는 쌤이 샤워 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머리가 젖은 채로 차담을 시작 하신다. 한쌤도 모닝 퍼슨일까? 지난 이틀간 보지 못 했던 프라나가 목소리에서 뿜뿜 나오신다. 새벽 수련을 이어가며 점점 에너지가 채워 지시는 듯 하였다. 오늘의 차는 96년산 동경 쌍사자로 아주 귀한 차인 모양. 차 마시기 전에 간식 먹으면 차맛 버린다고, 간식도 withold 하신다.
아침을 함께 맞이 한 후 즐기는 차담은 참 특별 했다. 다른 차담 시간 보다 훨씬 intimate 하게 느껴지고, 모두가 아직 하루의 분주함을 시작 하지 않아 느긋 하고 여유로웠다. 바로 공항으로 향해야 하는 나의 마음도 세월아 내월아 여유로웠다. 한쌤이 처음오신 도반님들 관상도 봐 주시고, 오늘 따라 웃긴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깔깔대며 즐거웠다. 귀한 차 네다섯번 마시고, 그 유명한 보이차 라면도 한입 하였다. 보이차로 끓이니 면이 짜장라면처럼 색을 입는데, 진짜 맛있었다. 이거 먹으러 새벽 수련 또 와야 할 것 같았다. 차담을 마치기 전 먼저 나오고 짐을 챙겨 바로 공항으로 향한다. 시차 적응 안된 인간처럼 정신이 좀 헤롱하지만, 새벽 수련 가길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제주 요가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