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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이재명을 지지합니다

by 쉐아르

기다리던 투표일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이틀간 사전투표를 하고 6월 3일이 되면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됩니다. 이날 이재명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되길 기도합니다.


그런 말이 있죠.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 어느새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고. 제가 그렇습니다. 이재명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품위가 없어 보이고, 결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한국을 이끄는 모습이 보고 싶었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고, 결국 지금까지의 난장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도 5년 안 걸리고 3년 만에 다시 선거가 있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기독교가 현실 정치에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어느 후보가 기독교 정신에 가까울까 크리스천으로서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는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저는 확신을 가지고 이재명을 지지합니다.


첫째, 기독교의 가장 숭고한 가치는 사랑과 희생입니다. 성경과 기독교 역사는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고 이웃을 위해 살아간 여러 훌륭한 이들을 보여줍니다. 인간 마음속에 깔린 이기심을 생각한다면 다른 이를 위한 희생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재명은 가난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남 재래시장에서 아버지는 청소일, 어머니는 화장실 앞에서 돈 받는 일을 하며 8명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다고 하지요. 어렸을 때 그의 가족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얼마나 빈곤한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됩니다. 저도 네 명 식구가 지하 단칸방에서 살았지만, 학교는 다닐 수 있었는데 이재명에게는 그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사시에 붙은 이재명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도 컸겠지요. 하지만 이재명은 노무현의 연설을 듣고,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기를 결심합니다. 충분히 판검사가 될 성적임에도 그는 부모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조영래 변호사 밑에 들어갑니다. 조영래는 당시 공공연히 사찰을 받던 인권변호사였죠. 이후 이재명이 변호사 개업을 할 때 조변호사가 보증을 섰다고 합니다. 이재명이라고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요. 힘들었던 부모에 대한 빚진 마음이 없었을까요. 그럼에도 이제 좀 살만해지나 싶을 때, 일부러 험한 길을 선택한 이재명에게서 기독교적 희생을 봅니다.


둘째, 성경은 반복해서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 말합니다. 도피성은 의도치 않게 실수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라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기독교의 정신은 힘든 상황에 처한 이를 도우라고, 낙오된 이가 다시 살아나도록 기회를 주라고 말합니다.


공장에 다닐 때 자기보다 더 가난해 도시락을 못 싸 오는 아이를 위해 이재명은 어머니에게 하나를 더 싸달라고 해서 그 아이에게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그 부탁을 들어준 어머니도 대단한 분입니다.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당시 가난한 성남시민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이에 이재명은 성남 시립병원 추진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합니다. 주민발의로 거의 일이 되어갈 때 당시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무산이 되었죠. 그 억울함에 울며 항의하던 이재명은 오히려 전과를 얻습니다. 이는 이재명이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됩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은 빚을 못 갚아 신용불량에 빠진 사람들을 경기도가 대신 보장해 돈을 빌릴 수 있게 만드는 무담보 대출 정책을 만듭니다. 희년을 뜻하는 주빌리 은행입니다. 저 사람들 돈 띄어 먹지 않겠느냐는 말에 이재명은 '누구도 신용불량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빌린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빌린 돈도 잘 갚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그의 생애를 걸쳐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셋째, 희년은 가진 자가 정당한 이득은 취하되 지나치게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최소한의 살 길을 가질 수 있게, 부자들의 탐욕을 절제하는 장치를 만들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대장동 사업은 이재명에게 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민간사업을 진행한 김만배 등이 이익을 부당하게 나누었고 이에 이재명이 몸통이라는 주장이 계속되었죠. 돌아보면 이재명은 굳이 대장동 사업에 개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부산 엘시티처럼 막대한 이익이 남더라도 민간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 하지만, 이재명은 계속되는 저항에도 6600억 이익 중 4400억을 환수하고 이후 추가로 1100억을 환수합니다. 지나친 이익을 사업자가 독식하지 못하도록, 공공으로 환수하여 모두가 혜택을 입도록 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 무료 교복 지원, 그리고 기본소득까지 개인의 욕심을 절제하며 나누어 같이 살자는 정신은 이재명 정책에 깔려있는 기본 사상입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행동 바탕에 기독교 사상이 깔려있다 생각합니다. 이재명의 아내 김혜경은 CCC 출신입니다. 오랜 시간 신앙인으로 살아왔고, 아내를 통해 이재명은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개신교 표를 의식해 이를 광고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듭니다. 구약을 다 외우지 못하더라도 적당히 포장할 한두 가지는 있을 텐데 말이죠.


물론 이재명에게도 흠은 있습니다. 음주 전과도 있고, 형/형수와의 관계에서 심하게 거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흠에 대해 지적받았을 때 고칠 수 있는 모습에서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번 선거는 내란 때문에 생긴 선거입니다. 그런데 내란 세력에게 표를 줄 수는 없죠. 불의는 신앙적 가치관은 아니니까요. 약자를 배척하며 혐오하는 이에게 표를 줄 수도 없습니다. 권영국 후보도 훌륭한 분입니다만, 실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재명이 기독교 정신에 가까운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교회 집사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능력을 고려해도 당연하지만, 신앙인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 약한 이를 위해 울 수 있는 대통령, 이재명을 통해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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