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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울 Apr 04. 2023

길가의 꽃이 예뻐 보이면

'A 씨 (31) 인터뷰'

산울 @mamadonotworry

  

  "길가를 걷다 발견한 꽃 한 송이에 눈길을 빼앗겨 털썩 앉아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적이 있었어요. 정적으로 가득한 수 분의 시간이 흐른 후 흠칫 놀라며 일어났죠. 친구가 말했던, '길가의 꽃이 예뻐 보이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거래'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거든요." (중략)


  신기하게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꽃'이라는 사물을 관찰하는 시간이 실제로 늘어났다. 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에 '나'를 투영하곤 했는데, 그 꽃의 뿌리가 박힌 대지가 충분한 수분이 있는지, 세찬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괴롭히지는 않는지 등을 걱정하며 그것과 나를 동일시하곤 했다.


  '꽃에 눈길을 빼앗겨 너무나 예뻐 보이고, 가슴 저리며 나를 그것에 투영하는 것'이 왜 흔히 '나이'와 관련이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과 그 대상인 '꽃' 사이에는 아마도, 공통적인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나이가 들어간다고 꽃이 예뻐 보이는 게 아니라, 외로움을 알아가기에 꽃이 예뻐 보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꽃밭을 상상해 보자. 온기가 찾아와 꽃이 만개한 봄, 그 꽃밭을 바라보며 우리는 감히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그저 그 황홀한 광경에 넋을 놓고 "아름다운 것" 이라고 인식할 뿐이니까.


  꽃도 사람도 홀로는 외로운 것. 외로움을 안다는 것. 꽃을 바라보며 그것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 내 마음을 통해 나 스스로를 달래주는 일. 물론 사람을 위해 피어난 꽃은 아닐 테지만, 너나 나나 외로운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중략) "나이가 들어서 꽃을 예쁘게 보는 게 아닌, 어른이 되었다고 하자고요. 솔직히 다른 표현은 아니지만, 이렇게 얘기해야 꽃이나 나나 기분이 덜 나쁘지 않겠어요?"


<A 씨 (31) 인터뷰>, 산울

산울 @mamdonot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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