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루 May 24. 2024

배트를 휘두른다는 것

모든 일은 생각이 사라지는 순간 이루어진다.

배트를 휘두른다는 것


나는 주택에 살았어서 종종 바퀴벌레나 그리마 같은 곤충들을 전기 파리채로 잡아야 할 때가 있었다. 수많은 곤충들을 잡으면서, 전기 파리채를 성공적으로 휘두르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곤충이 앉아 있는 자리에 전기 파리채가 닿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다음부터는 곤충을 보지 않고 곤충이 앉아 있는 그 자리를 향해 힘껏 파리채를 던져서 충돌시키듯이 갖다대야 한다는 것이다. 벽이나 천장에 파리채가 빠르게 닿으면 쿵하고 소리가 나지만 바로 그렇게 할 때만 잽싸게 도망가는 곤충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곤충을 살포시 전기망으로 덮겠다는 요량으로, 눈으로 곤충을 좇으면서 파리채의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컨트롤한다면 곤충은 거의 무조건 도망가버리곤 한다. 그대로 입는 힘껏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벽이나 천장으로 파리채를 던져버린다는 느낌으로 벌레 위를 덮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전기파리채를 힘껏 던지는 그 순간에 필요한 것은, 구구절절한 언어적 사고방식 같은 게 아니라 오히려 믿음과 용기와 결심 같은 훨씬 감각적인 것이다. 실제로 전기파리채가 가장 성공적으로 곤충을 잡아내는 순간에는 그런 감성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내 팔의 낯선 힘과 가속력, 벽이나 천장을 때리는 쾅 하는 소리만이 느껴지는 것이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소리와 쾅!이 있을 뿐이다.


잡은 곤충을 버리면서,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목표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목표가 도망가버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반대로 우리가 무아지경 속에서 내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건지 알 수 없는, 도저히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자신이 없는 놀라운 성취를 만들어낸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의 생각과 전략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놀란다. 반대로, 평소에는 자주 사용할 일이 없었던 근육의 놀라운 물리적 힘과 가속력, 쾅! 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용기, 그것들이 이루어 낸 놀라운 결과가 자신에게 잠들어 있음에 놀란다. 생각이 한 번 결정하고 행동에 들어간 이후에는 생각 이외의 것들이 일을 저절로 이뤄내는 신비로운 자동기계를 내버려두는 일과 같은 성취의 원리에 놀라곤 한다.


"생각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심리학에서 자주 쓰이는 ACT의 격언이다. 너무 많은 생각이 목표를 오히려 달성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항아리 안에 머리를 넣고 있는 대신, 주어진 삶 그대로를 느끼고 지금-이순간에 현존하는 것을 더 많이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한 번 내린 후 우리 근육의 움직임을 우리가 잡아야 하는 곤충, '각자만의 고충'을 향해 힘껏 던질 때, 우리가 정한 목표는 우리의 노력에 붙잡히는 것이다.





사진: UnsplashNathaniel Ye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