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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똘짱 May 01. 2020

나도 엄마가 있다 - 별 헤는 밤

서른네 번째 고자질

엄마. SNS를 보다가 우연히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어. 


유난히 작은 키에 빛바랜 정장, 기름진 머리에도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는 고등학교 은사님의 사진이 올라왔어. 아마 다른 제자들의 SNS가 나한테 보인 거 같아. 이름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어. 스승의 날도 아닌데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열어본 글을 보고는 믿을 수가 없었어.


선생님이 돌아가셨데. 돌아가신 선생님을 추모하는 글이었어. 놀란 마음에 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봤어. 본인도 졸업생이라 왜 돌아가셨는지, 어디에서 쉬실지 모른다는 말과 함께 선생님께서 평소에 내 이야기를 많이 했데. 맞아 우리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수업 내용 반에 제자들의 이야기 반으로 채워가셨지. 나도 그 주인공이었었구나.


졸업하고 두어 번 찾아가고는 나중에 찾아뵈야지. 퇴직하실 때 찾아뵈야지. 그리 생각만 하다가 결국 마지막 가시는 길도 보지 못했어. 예전에 명절에 우연히 휴게소에서 마주쳤던 모습이 선생님을 뵌 마지막 모습이네. 그때 까지만 해도 여전히 건강해 보이셨고 밝아 보이셨는 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어. 하긴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네.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무거워 새벽녘에 나가 담배 한 갑과 소주 한잔을 샀어. 한적한 공원 벤치에 평소에 그리 좋아하시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 앞에 소주잔에 소주를 한잔 따라 드렸어. 생각해보니 맨날 소주 한잔 합시다라고 말로만 했네. 안주를 뭐를 좋아하시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소주잔 위에서 타들어가는 담배를 보면서 옛 생각에 잠겼어.


주말도 없이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라 잔소리해주시고, 공부할 때는 잘 먹어야 된다며 고기도 삶아주시고, 졸업하고 나서도 선생님 하기 아깝다며 당장 공부 다시 시작하라며 야단을 치시던 선생님,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전화하면 오히려 더 채찍질을 해주셨던 선생님.


선생님은 내가 선생님이 될 수 있게 해 준 은인이니까.

그리고 선생님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 게 해주신 은인이니까.

더 잘해드리고 싶었는 데. 더 멋진 선생님이 돼서 보여드리고 싶었는 데

이렇게 말없이 먼저 가실 줄은 몰랐어.


타들어 가는 담배의 연기를 따라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왜 이리 별이 많은 지 눈물에 어른거려 별들이 더 반짝이는 듯했어.


내가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나도 선생님처럼 아이들 성장에 작은 주춧돌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는 거겠지.


사람 마음을 얄팍하게 진심으로만 얻을 생각을 하지 마라.

시간도 쓰고, 돈도 쓰고, 힘도 쓰고, 마음도 쓰고 

니 가진 거 다 써도 얻을 수 있을까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아로새겨봐.


저 먼 곳에서는 부디 편하게 쉬시길

좋아하는 담배 걱정 없이 실컷 피고

즐겨하던 바둑 원 없이 두시면서

제자들 멋지게 성장하는 거 보며 더 행복하시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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