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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똘짱 Jul 31. 2020

나도 엄마가 있다 - 쭈까쭈까

서른다섯 번째 고자질

엄마. 엄마랑 함께 살 때 아침마다 엄마가 쭈까쭈까 해서 나 깨워줬는 데. 다 커서는 싫다고 짜증냈지만 사실은 좋았어. 


요즘 아이들 성장이 너무 빨라. 조금만 과장하면 어른 같은 아이들도 있어. 먹는 걸 잘 먹어서 그런가 방학만 지나면 쑥쑥 자라서 와. 내 자식인양 든든하게 보기좋아. 그런데 대부분 몸은 큰 데 마음은 아직 애기들이 많아. 초등학생은 역시 초등학생인가봐.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감정 표현은 스킨쉽이라고 생각해. 수 많은 표현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건 스킨쉽이 아닐까 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어깨를 두드려주거나 손을 잡아주며 말로는 전하기 힘든 감정을 나누는 거지. 알아 요즘 같은 세상에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나도 잘 알아. 그래서 생각만 해. 


사실 인간교사가 인공지능교사를 이길 수 있는 건 이것 뿐일지도 몰라.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는 일이지. 아쉽게도 아이의 심리적 안정보다는 교사의 안위를 위해서 금기되는 일이 되어버렸어. 특히 나 같은 남교사들에게는 더더욱 안될이야. 


나 어렸을 때 우리 선생님께서 어깨 한번 토닥해주면 그렇게 힘이 났었는 데, 마지막 날 한 번 안아주시면 그동안 섭섭한 감정 다 녹아버렸었어. 백마디 위로보다 머리 한번 쓰담어 주고 가시면 얼었던 마음이 다 녹아버렸는 데. 그 감정을 나는 선생님이 되어서도 나눠줄 수 없게 되었어. 


한 명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 백 명의 잠재적 가해자를 만드는 게 효율적인 사회적 시스템인 거 알아.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상처 받을 수 있으니 어른들이 더 조심해야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니까. 오해 받을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아무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해도 긴 줄넘기 들어가라고 등 밀어준게 속옷 만진거라고 오해 받고, 머리 한번 쓰담어 줬다고 아이들 입에서 성추행소리를 들으면서 까지 해야하나 싶어. 분명히 어딘가에는 줄넘기 핑계로 속옷을 만지고 격려를 핑계로 나쁜 손 내미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엄마. 학교가 이러다 정말 온기를 잃어버릴까 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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