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똘짱 Mar 27. 2022

어쩌다 코로나 닷새

오늘은 몸이 무거웠다. 부슬 내리는 비의 탓인지 아니면 슬슬 지쳐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디가 특별히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지친 느낌이었다. 머리가 살짝 무겁더니 나른함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푹 자는 것도 아니고 정신이 멀쩡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눈만 껌벅이며 모니터를 응시하다 잠이 들면 자고 다시 깨면 스마트폰을 보곤 했다. 덕분에 시간은 잘 가는 것 같았다. 격리가 끝나감을 느끼면서 다시 현실의 부담이 와서 그런지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스마트폰이 방전이 되어 꺼졌지만 충전조차 귀찮았던 지라 내버려 두었다가 배달음식을 시킬까 싶어 폰을 켰다. 이것저것 살펴보다 한 지인에게 온 카톡을 보았다.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며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꺼내며 요즘 코로나로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깊은 대화를 나 눌만큼 그렇게 친하지도 그렇다고 무시할 만큼 멀지도 않은 사람이기에 적절한 온도 대답을 해주다 나의 격리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그이의 답장에 나는 그만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좋겠다. 부럽다. 휴가네"

떨어졌던 열이 오르며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듯했다. 덕분에 몽롱했던 정신은 또렷해졌고 나를 괴롭히던 잔고통들은 잊혀버렸다. 몸 상태를 물어봐 주는 것도 아니고 걱정을 먼저 해준 것도 아닌 저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굳이 연락 와서 하는 말이 '휴가'라니. 사실 업무상태로는 병 휴가 상태는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부러울 만큼 호사를 누리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몰라서', '생각 없이', '빈말로', '실수로', '편해서', '예민하지 말고'등을 말로 희석될리 없었지만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짧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후로도 내가 마치 죄인이나 된 듯이 자기 힘들 이야기를 쏟아냈다. 같은 근무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편으로는 내가 출근을 못해 미린 일들을 처리하고 있을 그들이라면 이해했을 테다. 이미 탁해질 만큼 탁해진 마음에는 더 이상 받아주고 싶은 여유가 없었다. 화가 치밀고 짜증이 솟구쳤지만 내가 화를 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게 분명해 적당히 선을 그었다. "마냥 편하지는 않네요"라는 말에 그가 멈출 거라고 예상했던 건 어리석은 내 생각이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 보니 격리자 보다 그 가족들이 더 힘들어한다며 투정을 이어갔다. 결국 대답 없는 나의 카톡창에 몸조리 잘해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나갔다.

한동안 분이 삭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몸도 마음도 힘든 상황이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이불을 덮어썼다. 아내가 저렇게 말했어도 화가 났을까? 그이는 자기 배우자에게도 저런 식으로 이야기했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내가 이렇게까지 화가 났다는 것은 나의 약점이 건들렸기 때문일 테고 그게 뭔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답을 찾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내가 그렇게 바랬던 나만의 시간이었고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내 역할을 조금이나마 대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이 그의 몇 마디에 터져 나온 것 같다.

격리되는 시간 동안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출근은커녕 자잘한 통증으로 인하여 재택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었고, 육아와 집안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 되어버렸다. 일주일 동안 계획했던 모든 것들은 정지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해나갈 때, 나는 이 자리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휴가였다면 대놓고 편하게 쉬었다면 좋았을 텐데 가족 걱정에 직장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겪어야 할 일이라면 나았을까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잘 버텨왔는데 이렇게 되니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나의 일주일이 사라졌다. 아픈 곳을 맞아보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3일차가 되니 나라에서 문자가 왔다.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무료 상담 진행을 하니 필요한 사람들은 이용하라는 안내 문자였다. 처음에는 이런 걸로 뭘 정신 상담을 받느냐 의아했지만 이제야 알겠다. 그렇다고 상담을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글로 쏟아내니 그나마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좁은 방 안에서 있던 시간이 스스로에게 아깝고 누군가에겐 미안하여 마음의 또 다른 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는 그렇게 나의 마음도 몸도 아프게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코로나 나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