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죄스럽게 느껴졌었다. 감염자 번호를 매기고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쁜 사람이 된 듯한 느낌까지 줬다. 5명중에 1명 걸리는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다들 걸리는 거 아프다고 생색내지 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걸린다고 해서 증상이 약한 건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데 오미감기라고 무증상, 경증상이라고 한 사람들은 살만하니까 이야기하는 것이지 대다수는 아프고 힘들게 지나간다. 나는 안걸리겠지 라고 생각하다 걸린 것처럼 나는 무증상이겠지라고 희망을 걸다가는 큰코다친다.
딱히 한 건 없어도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사색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색보다는 실험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동안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가 정말 핑계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시간이 있어도 운동을 하지 않았고, 시간이 있어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으며 시간이 있어도 편히 쉬지를 못했다. 차라리 바쁘고 힘들 때 시간을 더 아껴쓰고 소중하게 썼던 것 같다. 결국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면 적어도 '시간이 없어서' 라는 핑계는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누군가는 또 코로나에 걸려야 하고 나 또한 재감염이 될 수도 있다. 이게 언제 끝날지 사실 알 수 없다. 간절하게 소망한지 벌써 3년째지만 바라오니 끝이 보였으면 좋겠다. 나의 이 글들이 새롭게 격리될 누군가에게 도움이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감염되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이기에 비감염자들의 오해들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안 해본 것에 대한 존중은 코로나의 문제가 아니고 개인 인격의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국내에서도 세대간, 정치간, 지역간의 갈등이 많은 시기에 코로나가 사람들을 이간질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5분 뒤면 격리가 끝이 난다. 일주일 동안 굳게 닫혀있던 저문을 열고 가장 먼저 자고 있을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잠시 새벽 바람을 만나러 가려 한다. 나는 이제 가족의 일원,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가 그동안 미뤘던 일들을 하나씩 다시 찾아갈 것이다. 혹시나 주변에 나와 같이 감염된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돌보고 위로하며 그들에게 빚진 감사함을 갚고 싶다. 그동안 나를 걱정해주신 사람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하나하나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고자 힘든 시기 더 애쓰셨던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코로나 걸려 격리된 사람에게 절대 하면 안되는 말!
1. 요즘 코로나 감기처럼 쉽게 넘어가던데?
2. 휴가네 좋겠다
3. 이왕 이렇게 된거 푹 쉬어
4. 나도 힘들어
5. 직장도 난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