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그리고 벤치마킹(베끼기)
1편을 쓰고 난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작년('22) 9월에 1편을 쓰고, 지금('23년 1월)까지 미뤘다. 이것 저것 할 게 많았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다. 그저 브런치 업로드의 우선순위가 노는 것보다 낮았던 것 뿐... 새해가 됐으니 하고 싶은 것, 해야할 것들을 다시 정리했다. 브런치에 내가 했던 것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지금 하는 이야기는 작년 6~9월에 있었던 일을 요약한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미화되기 마련이니, 글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실제론 조금 더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전자책 출판-유통 사업을 하기로 했다. 왜 해야 하는지, 시장 상황은 어땠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논하지 않겠다. 난 우리 사업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뭘 했는지 적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뭘 했는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출판 시장 통계, 종이책vs전자책 성장 분석, 전자책 출판-유통사 수, 규모, 우리 사업의 직접적인 경쟁사 등의 자료를 쫙 모으고 훑었다.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의사결정 역시 내 몫은 아니었다.
경쟁사 분석과 아이디어 논의는 <블루오션 전략> 을 참고했다. 입사 후 처음으로 정독했던 경영학 도서였기 때문에, 블루오션 전략에 대한 나름의 애착(?)이 있다.
우리가 하려는 사업과 겹치는 경쟁사를 15개 정도 조사했었다. 대부분은 너무 규모가 작아 검색량이 월 1,000회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나름 안정궤도에 돌입했거나 배울 만한 경쟁사는 유페이퍼, 부크크, 펜립 정도였다. 그 자세한 내용은 어쨌든, 블루오션 전략을 공부한 뒤로 처음으로 실전에 써 봤다. 분위기가 '일단 GO'였기 때문에 시장조사, 경쟁사 분석 결과는 주로 아이디어 도출에 활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디어 도출은 뒤에 언급)
시장조사 분석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근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지난 글에서 정리한 것처럼 노코드를 활용해서 뭔가 시도해보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다. 하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 서비스 기획, 웹사이트 기획을 실무에서 경험했던 사람이 회사에 아무도 없었다. IT 쪽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사람도 없었다.
경영학에선 이를 벤치마크(Bench-Mark)라고 말한다. 벤치마크를 거쳐 솔루션을 제안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은 계속 해왔던 일이었다. 그래서 잘하는 곳을 둘러보고 장점만 모아서 우리 서비스, 웹사이트의 초안을 구상했었다.
벤치마크 컨셉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서비스 : 유페이퍼처럼 전자책 출판, 온라인 서점에 유통, 정산 기능을 제공하자
UI, UX : 부크크처럼 직관적이고 빠른 웹사이트를 만들자. 그리고 도서 출판 UX를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자
미래 전략 : 펜립처럼 장기적으론 해외에도 전자책을 유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
경쟁사, 배울 만한 웹사이트를 조사했고 이들의 장점만 취했다. 나름 그럴싸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이미 경쟁사가 있는데, 왜 이 사업을 하겠다는 거죠?
이에 대해 간결하게 답을 하면 다음과 같다.
유페이퍼 : 전자책 출판, 유통 서비스의 국내 최고봉.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상대. 하지만 매우 구린 UI, UX. 매우 느린 웹사이트.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는 리뷰를 많이 봤고, 심지어 우리 회사 책을 출판하면서도 불편했었음.
부크크 : 종이책 중심 출판사이고, 전자책 출판 이후 국내 온라인 서점에 유통하지는 않음.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아님.
펜립 : 구글, 네이버 기준 검색량이 적었음. 관리되고 있는 않는 듯 했음. 관련 후기도 찾아보기 어려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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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직접적인 경쟁사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한 점이 많았음!
연관 업계의 장점을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면 해볼만 하다고 판단했음!
그렇게 우리는 아이디어 도출(???)을 했고,
정리한 우리 출판사의 핵심 컨셉은 다음과 같았다.
※ 깨알 자랑. 무엇보다 표지 샘플을 무료로 제공하는 건 꽤나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거시적인(대충) 서비스 기획은 마쳤던 것 같다. 사실 여기까진 누구나 할 수 있다. 조사하고 검증하는 데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들 뿐... 이젠 진짜로 만들어야 했다. '노코드로 만들자'라는 것까진 알겠는데 사실 이때 굉장히 막막했다. 그리고 아마 사업을 시작하려는 아주 많은 사람들도 여기서 막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찌됐든 우린 해냈다. 전자책 출판·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것도 단 두달 반만에!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내가 다 구현했다! 페이지 기획부터 데이터베이스 설계까지! 난 여전히 IT가 무슨 약자인지 모른다! (Information Technology. 이참에 찾아봤다.)
하지만 어찌됐든 우린 해냈다. 나도 했고, 여러분도 할 수 있다.
IT가 무슨 약자인지도 몰랐던 내가 어쩌다가 웹사이트를 만들게 됐을까?....
이랬던 내가 도대체 어떻게 두달 반 만에 출판사 웹사이트를 만들었을까?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