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수능 전날과 수능날 추억
네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형아 얼마나 떨릴까? 엄마는 어땠어? 안 떨렸어?'하고 묻는다.
엄마? 엄마 엄청 떨렸지.
날이 추워서 떨리는 건지, 긴장해서 그런 건지 구분도 안되지만,
엄마의 엄마가 미리 준비해 준 우황청심환 1알 먹고 수험장으로 갔대도.
전 날에는 학교를 일찍 마치고 집에 와서 마지막으로 보는데,
손만 문제집과 노트를 넘기고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그랬어.
책상과 교자상을 오가며 공부를 했는데, 아직도 그 옛날 교자상이 떠올라.
조금 일찍 잘까 하고 8시쯤엔가 누웠는데,
외삼촌의 친구가 방문을 해서 잠이 깼어.
그 때 외삼촌은 군대를 가 있어서 없었는데, 순전히 나를 응원하러 왔다면서
조그만 찹쌀떡 세트와 함께 편지를 써온 거야.
하필 그 중요한 시간에 올 게 뭐람,
너무 긴장되어서 겨우 잠이 들려고 했던 타이밍이었는데 신경이 쓰였어.
그래도 잠이 완전히 든 것은 아니라서 인사하러 나왔지.
잠시 들러서 인사만 하고 가고 싶었다고, 엄마 부모님께 인사하고 있었어.
워낙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 집에서 많이 지내고, 외할머니 밥도 많이 먹었으니
가족처럼 생각했던 오빠라서, 군대 간 오빠를 대신해서 오빠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나.
편지의 내용은
"너는 수능 만점을 받고, 꼭 서울대를 갈 거다
너는 ㅇㅇㅇ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웃기기도 하고, 실소를 자아내는 편지였어.
그렇게 한바탕 웃고 그 오빠는 가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니,
평소와 달리 잠도 잘 안 오고, 그렇다고 다시 불을 켜기도 뭐 하고,
밤새 잠을 좀 설쳤던 것 같아.
엄마처럼 무덤덤하고 털털한 성격도
외국어 고등학교 간 이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심해서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생기고,
지금 다시 되돌아봐도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
그래서 너희들 키울 때는 너무 학업 스트레스를 안 받았으면 했어.
가끔은 조금 스트레스를 받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너희들은 시험 전 날에도 잘 자고,
겉으로는 크게 표현 안 하며 지내왔던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
부디, 17년간 계속 해왔던 대로, 시험 전날에도 잘 자고, 잘 먹고,
좋은 컨디션으로 당일에 집중할 수 있기를.
우리가 함께 봤던 고등래퍼나 가수들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그랬지만,
연습을 많이 하고 준비가 많이 되었다면, 무대에서는 그냥 즐기면 돼.
걱정하지 말고. 집중해서 무사히 시험을 마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