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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아저씨 Mar 10. 2020

3 너 어디 가냐? 폴리

반.창.고 - 반갑다창문밖고양이


비 오는 날 급작스럽게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였다.


"야, 큰 개가 한 마리 나를 따라오는 데, 

 돌아갈 생각을 안 해."


"네?"


"덩치가 집채 만한 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꼼짝을 안 한다니까."


"무슨 소리예요?"


"비도 이제 제법 쏟아질 것 같은데, 

 어찌해야 하나 싶어 전화했다."


"일단 집으로 오세요."


전화를 끊고 밖을 내다보니 

이른 오후 비가 조금씩 긋고 있던 하늘이

점점 더 검게 변하는 중이었다.


비가 세차게 몰아치기 직전

집에 들어온 아버지와 

그 뒤를 졸졸 따라온 덩치 큰 개.



...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었다.

마당 한 컨을 차지하고 있는 

짱아도 그랬다. 


오래전 아내와 함께

오래간만에 맛집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잠시 헤매었고,

그때 잘못 들어간 골목에서 

전신주 아래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녀석을 발견하곤

발을 동동 굴렀던....


그때도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아내는 녀석을 번쩍 들어

차에 실었었다.


너무 말라 손대는 것만으로도

아픈 듯 신음 소리를 냈던 짱아.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된 짱아처럼,

이번엔 

아버지를 따라 

비를 따라

덩치 큰 녀석이 들어온 것이다.


...


아버지의 말씀은 이랬다.


"내가 건널목을 건너려고 기다리는 데, 

 비를 맞으면서 이 놈이 쓱 지나가는 거야.

 그래서, 야 너 어디 가냐?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갑자기 그때부터 나를 따라오는 거야."


"주변에 주인인 듯한 사람이 없었어요?"


"산만한 개가 나한테 다가오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니까,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는 데, 

 아무도 이 녀석을 잡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얼른 단골 기원에 들어갔지."


"그래도 어디 안 간 거예요?"


"한 시간 정도 바둑을 둔 다음

 돌아갔겠지 싶어서,

 기원을 나가려니까

 기원 주인이 그러는 거야.

 문밖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고.

 아무래도 데려가셔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너한테 전화를 한 거야."


"그럼 우선 

 누가 잃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처음 보셨던 곳에 이 놈 사진

 붙여놓고,

 지역 생활 정보지에도 

 주인 찾는 공고 올려볼게요." 

 

"그래라. 아이고 첨엔 깜짝 놀라서

 무서웠는데, 

 계속 따라오면서 

 나한테 슬쩍슬쩍 비비는 걸 보니

 순한 녀석 같더라."


아버지를 따라 들어온 녀석은 

골드리트리버였다.


녀석은 오자마자 고봉밥을 한 그릇 뚝딱하고

물을 한 참 동안 들이켠 후에

집안을 종종 거리며 

낑낑 댔다.


녀석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더니 

급하게 볼일을 봤고, 

당연한 듯 다시 집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는 녀석을 

누가 잃어버린 것이라 확신했다.

순하고, 용변을 가리며, 

어떤 말썽도 피우지 않는

골든 리트리버가 버려졌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안 했다.


...


떠오르는 예전 기억.


깔끔하게 털을 단장한 강아지 한 마리가

아파트 단지에 

목줄도

인식표도 없이

몸을 벌벌 떨며

벤치 앞에 앉아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주인은 보이지 않아서

그곳에서 

누군가 나타나길 바라며

기다리기로 했다.


점점 더

날은 어두워지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해지고...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와

밥을 먹이고,

어깨 줄을 채우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강아지 분실하신 분이 있으며

집으로 연락 달라고

전화를 했다.


다음날 저녁.

한 아주머니가 초인종을 눌렀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서

이 아이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어깨 줄을 한 강아지를 내어드리며

이 줄도 같이 가져가세요 했더니.


아주머니의 눈빛이 변하더니


"우리 애는 이런 거 안 해요."


그러면서 강아지 어깨 줄을 풀어 

내던지 듯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강아지를 데리고 사라졌다.


아내는 그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런 거 안 채울 거면 잃어버리지나 말던지...

 인식표도 없고, 잃어버려도 

 찾을 방법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으면서

 우리 애는 무슨 우리 애야."


...


아버지를 따라온 이 녀석의 

주인이란 사람은 

또 어떤 모습일까?


당당할까? 아니면 두 눈이 퉁퉁 부어 올까?


그러나,

그 궁금증은 해결하지 못했다.

한 달이 넘도록...

아니, 그 이후로도 

녀석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버린 사람이 찾아 올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쓰린 마음을 넘기고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또다시 가족이 되는 것.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말 한마디에 기대어

자신이 함께 할 누군가를 

찾아내야 하는 것.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그 어렵고

힘들고, 쉽지 않은 그 일을

우리는 서로

겪어내기로 했다.



"너 어디 가냐?"


그렇게

그 한마디를 듣고 아버지를 따라온

덩치 큰 녀석은

폴리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족이 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내마음에 사치 고양이 토비 이야기에요

https://brunch.co.kr/@banchang-g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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