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 - 반갑다창문밖고양이
"냐아옹, 냐아옹"
어디서 나는 지 모를 울음소리.
집 안에 있는 고양이들 귀가 모두 쫑긋쫑긋 서있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이 후로도
저녁때만 되면 계속 들리는 울음.
집 근처에 자리를 잡은 길 고양이 같았다.
사료를 한 줌 종이컵에 들고
울음소리를 따라나섰다.
집 옆 계단 아래로 잡동사니를 쌓아놓는 공간.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그 안쪽으로 밥을 넣어 놓았더니
다음 날, 다행히도
종이컵이 비어 있었다.
울음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렇게 밥을 주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자동차 밑에서 빼꼼 얼굴을 보여주는 녀석.
녀석의 이름을 토비라고 정했다.
그렇게 토비는 우리 집 식객으로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이 녀석을 계기로 해서
운영하던 식당 옆쪽으로 길냥이 밥을 주기 시작했고,
2주 정도 밥을 먹더니... 밝은 곳으로 나와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앙상하게 말랐던 몸은 살이 올랐는데
생각보다 심한 피부병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녀석이 손길을 받아들일 즈음부터
치료를 시작하고
밥도 주고 하다 보니
제법 피부도 말끔해지고, 살도 오르고
넉살도 좋아졌다.
밥 먹을 때 즈음되면 마당에 나가
"토비~!!"
부르면 녀석은 어디 있던지
한 달음에 집 앞으로 달려왔다.
어느새 골든 레트리버 폴리와도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아무리 녀석을 불러도
토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토비~ 토비~"
목청껏 외쳐도 눈에 들어오는 건
2차선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덤프트럭의 행렬이었다.
코 앞까지 모래 바람이 날렸고
공사장을 왕복하는
거대한 차량 소리만
천둥처럼 들려왔다.
한참을 찾아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었다.
녀석이 활동 영역을 바꾼 건지
아니면 다른 덩치 큰 고양이들에게 밀려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지만,
녀석이 눈에 보이지 않자
가슴이 답답했다.
"토비~ 토비~"
그때였다.
거의 울먹이듯이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에
길 건너 숲 속을 헤치며 나오는 녀석.
"냐아옹~!"
우렁찬 목소리를 내며
우리 집 마당을 향해
도로를 가로질러 뜀박질을 시작하는
토비.
토비의 모습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동시에,
그 속도와 맞추어
길을 돌아 달려오는 덤프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안돼! 토비."
토비는 우리만 보고 내달리고 있었다.
도로를 따라 맹렬하게 달려오는
커다란 바퀴.
우웅우웅.
토비와 덤프트럭이
겹쳐지기 직전이었다.
끼익~ 끼이익~
귀를 찢을 듯 도로를 뒤흔드는
브레이크 마찰음 소리.
찰나였다.
머릿속에선
수많은 기억과 생각들이
그 짧은 순간 동안
빠르게 지나갔다.
'토비를 안전하게 집안에 들여야 했어.'
'아니야. 친해지면 안 되는 거였나?'
'이렇게 토비를 볼 수 없게 되는 건가?'
'살아만 있어라.'
생각의 속도가
물리적인 시간보다 수십 배 빠르게 돌아갔다.
다시 볼 수 없게 될까 봐
가슴 졸이는 순간,
녀석이 우리에게 엄청
소중한 존재라는 걸
그제서야 알아챘다.
상황에 익숙해져
늘 그곳에 있을 것이라 안심하며,
눌러왔던 감정.
잃고 나서야
그리워하는 서러움.
그것은
누군가를 버리거나
올바른 때를 찾지 못해
소중한 걸 잃어버린 자들의 사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습게도
내가 그 꼴을 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멈춰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르렁 거리는 덤프트럭의 엔진음이
눈 앞에서
마음을 덜컥덜컥 흔들고 있던
그때,
검고 커다란 바퀴 사이에서
총총 거리며
뛰어나오는 녀석.
숲속에서 부터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무작정 달려온 토비는
거짓말처럼 무사했다.
아내와 나는
너무나도 기뻐하며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내게 말했다.
"토비, 집안으로 들이자.
우리 식구로 함께 하자."
나는 대답했다.
"그래. 좋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그 찰나에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걸
서로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로
노란 테비, 토비는 우리 집 식구가 되었고,
용감이, 꽃님이에 이어 셋째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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