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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r Kwak Jun 27. 2024

육아 14주차. 드디어 인생 100일 차 찌니입니다.

인생 100일 차 찌니예요. 곧 엄빠에게 100일의 기적을 선물해 볼게요

짜자잔!! 드디어 인생 100일 차가 된 찌니입니다. 3달 하고 10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14주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육아선배님들, 아가의 인생 100일 기억나시나요? 뭔가 뿌듯하기도 하면서 신생아를 벗어나서 어엿한 아가가 된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조금만 더 천천히 커주길 바라는 마음도 공존하는 그런 마음. 네, 한참 인생후배인 덕대디는 지금에서야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독일에 나와있는 엄빠 덕분에 태어나자마자 독일인 우리 아가.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불편한 점도 많기 마련입니다. 특히 이렇게 100일, 돌과 같은 아가의 기념일에 가족들과 함께 축하를 해줄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한데요,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독일이지만 K아빠와 K엄마의 합공작전이 들어갑니다.


우선 100일 상을 준비해야겠죠. 돌잡이처럼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은 없지만 상 구성을 해줘야겠죠. 테이블보부터 촛대, 선반, 접시, 화분, 가렌더, 토퍼 등등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였는데요. 다행히도 독일 내에서 백일상과 돌상을 대여해 주는 분이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제작된 토퍼를 제외하고는 받아서 사용하고 그대로 포장해서 반송해 주면 끝이었는데요, 대여료도 일주일 정도 기간에 60유로가량. 택배배는 받고 보내는 것 해서 14유로. 총 7유로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따로따로 구매를 다 했으면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꽤나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대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독일에서 백일상을 준비하게 되고, 백일상 대여가 궁금하신 분은 따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떡이었습니다. 과일은 독일에서도 신선하고 다양한 과일들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수박부터 사과, 포도 등등 준비를 했는데요, 떡이 애매했습니다. 더군다나 지인에게 들은 떡 주문을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떡집이 휴가를 떠난다니요... 미리 받아서 냉동보관을 하려고 연락을 하니 그건 또 기간이 안 나와서 주문이 안된다고 합니다. 아빠의 미스였습니다. 배송까지 해주는 떡집을 찾았기에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게 뒷북을 치며 겨우 온라인 한독마트에서 송편, 인절미 대신 오메기떡, 시루떡을 구입하여 준비를 합니다. 이제 얼추 준비는 마무리되었네요?


하지만 백일상 외에 또 하나 준비해야 할 것. 바로 삼신상이죠. 삼색나물과 미역국만 끓여주면 된다지만, 이것저것 알아보고 언제 준비해야 하는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정리해 봅니다. 기본적으로 동트기 전에 다 준비해야 하고, 요리에 칼이나 가위를 쓰면 안 되고, 간장을 제외하고 소금 간을 하면 안 되고, 삼신상에 올린 음식은 당일에 다 먹어야 하고. 그리고 10분 정도 아이를 혼자 두어야 하는 것, 그리고 축문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봅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남은 것은 실전이죠. 이제 우리 아가의 백일 실전타임 시작합니다.


새벽 5시 26분으로 예정되어 있는 동트는 시간. 때문에 4시경 일어나서 밥을 먼저 시작하고, 고사리, 숙주 그리고 시금치나물을 시작합니다. 언제나처럼 재료 준비를 아빠가 착착착해놓고 나면 와이프가 요리를 후루룩후루룩!! 그동안 한 명은 아이와 함께 있어줍니다.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새벽 수유를 마치고 비몽사몽인 아가를 데리고 나와 삼신상 앞에 모셔두고, 정갈하게 서서 축문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5~10분간 아이를 방에 혼자 두고 저희 부부는 다른 방으로 가 있었는데요. 5~10분이라기에 10분까지 채우지는 못 하고 7분 정도 지났을 때 아이에게 가보았습니다. 다들 동일하게 하는 말이 희한하게도 이 시간 동안에는 삼신할머니가 옆에 있어서 그런 건지 아이가 울지 않고 잘 기다린다고 했는데요, 저의 아가도 울지 않고 잘 기다려주었습니다. 고생했어 아가야!!



새벽부터 준비를 했더니 잠도 오고, 배도 고프고;;; 미역국에 밥을 호로록호로록 먹어주고 눈을 조금 더 붙여줍니다. 저희의 백일은 잔치라기보다는 저희만의 이야기로 준비를 했고, 한 건물에 사는 이웃들 초대는 오후로 잡았으니 시간적 여유가 좀 있거든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오늘의 일정은 2개가 남았는데요, 더 잘게 쪼개면 3개가 되죠. 하나는 백일상 차려서 아가 셀프 백일사진 찍어주기. 그리고 이웃들 초대해서 떡 나눠먹기인데요, 이웃들이 한 번에 올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으련만 시간이 일정하게 맞아지지가 않아서, 아래층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는 점심 식사 후에, 그리고 땅층의 이웃은 저녁 식사 후에 간단히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책상에 덮개를 깔고, 떡, 과일, 요래조래 세팅을 해가며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 백일상을 마무리합니다. 한국에서 했으면 좀 더 다채롭게, 새롭게, 더욱 정성스럽게 세팅해 줬을 텐데 독일이라 미안해 아가야. 하지만 엄마아빠의 정성은 한가득 들어가 있다는 거 알지?



아, 그리고 생각보다 사진 찍기라는 게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진으로 찍다가 중간에는 그냥 동영상으로 찍어서 사진으로 추출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지요. 가족사진은 의자에 앉혀서 의자를 뒤에서 살포시 기대 잡아주고, 혹은 안아서 찍으면 되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요. 하지만 저 아가 혼자 의자에 앉아있는 독사진. 백일사진 찍어보신 분들은 아시죠? 저 의자 천 뒤에 구겨져 있는 아빠들의 노고를?ㅎㅎㅎㅎ 네, 저도 찌그러져 있었답니다 ㅋㅋㅋㅋ


두 번째 의상으로 갈아입히고 사진을 찍을 때는 우리 아가 아침부터 삼신할머니도 만나고 계속 깨어있느라 피곤했는지 곤히 잠들었네요. 의자채로 들었다 내렸다 사진도 찍고 흔들리고 해도 깨질 않습니다. 덕분에 두 번째 의상 입고 의자에 앉아있는 사진 속 아가는 많이 짜부되어 있지만, 이 또한 웃으며 추억해 볼 수 있는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당일에 앞서 말했던 독일 이웃들과의 티타임. 그리고 다음날 친하게 지내는 한인 친구(라 부르지만 한참 어린) 2명을 불러서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진이의 100일을 축하해 주었답니다. 아가의 100일이라는 것이 100일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지만 엄마의 배속에서의 시간까지 합치면 총 1년의 기간을 엄마와 함께 지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는데요, 그 시간 동안 엄마 뱃속에서 잘 커줘서, 그리고 세상으로 잘 나와줘서, 마지막으로 100일까지 초보 엄마아빠와 우당탕탕이지만 건강하고 예쁘게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네요. 나중에 언젠가 아가가 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르니, 여기에 한번 더 고맙다고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웃들, 진이의 독일 첫 오마(할머니)와 오파(할아버지), 그리고 아줌마(Vera라고 이름을 부르게 되겠지만)와도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요, 물론 한국 친구들과도 함께 말이죠. 그 친구들과 이웃들의 초상권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지는 못해 아쉽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했던 찌니의 100일이었다는 사실 잊지 말아 주세요 ㅎㅎㅎㅎ




쓰다 보니 두서가 좀 없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찌니의 100일을 축하하며, 여러분의 축하 인사도 미리 감사히 받으며 14주 차 기록, 마무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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