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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an Sep 20. 2020

말콤 글래드웰의 시선에서 -3-

What the Dog Saw를 읽고

요 근래 닫아뒀던 브런치에 많은 글을 남기려고 그동안 읽은 책들과 지금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많이 떠올려서 기고해두려고 한다. 불현듯 이렇게 된 계기는 군대를 몇 개월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사회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하여튼 각설하고 오늘의 책에 대해서 얘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이 책은 한글로 번역을 할 때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로 번역되어서 나왔다. 실제로 이 책은 저자가 타인의 기분과 생각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걸 계기로 집필하게 된 책이기에,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잘 담아낸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1부에서의 한 에피소드는 '머스터드의 종류는 이토록 다양하지만, 왜 케첩은 하인즈 케첩뿐인가?'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보기 전부터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면서, 읽는 동안은 케첩 생각을 떠올리게 하며 군침이 돌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책에 대한 이야기에 돌입해보자.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우리는 1부부터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1부는 외골수, 선구자, 그리고 다른 마이너 한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핫한 강형욱 같은 반려동물 심리 전문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염색제를 둘러싼 마케팅 전략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난 소중하니까요' 이 대사가 염색제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에 나온 대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사실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미국 주방 용품의 대가 존 포페일, 로레알과 클레 롤의 염색제 마케팅 전략 싸움, 반려동물 심리 전문가 시저 밀란, 피임약을 개발한 존 록, 케첩 시장의 유일신 하인즈 케첩, 나심 탈레브의 독창적인 투자 전략, 총 6가지 사례를 들어 각 상황별 사람들의 행동 방침을 제시한다. 

가장 크게 느낌을 받은 스토리는 두 가지인데 바로 존 포페일의 이야기와 나심 탈레브의 이야기에서 얻었다. 존 포페 인 타고난 마케터이다. 그는 광고에서 뭐가 중요한 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런 홍보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외모, 분위기를 타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상품을 스타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잠시 생각을 해보자. 원빈이 광고하는 TOP 커피에서 스타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쪽은 누구인가? 바로 원빈이다. 하지만 존 포페 인 달랐다. 그는 상품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나심 탈레브는 트레이더이다. 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소규모로 일을 한다. 어릴 적 레바논 부총리였던 할아버지가 한순간에 그리스에 간 일반인 신세가 되고, 가문이 소유한 대토지가 없어지는 걸 본 그는 어릴 적부터 세상에 불가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나심은 후두암에 걸리고 나서 이를 더더욱 확신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트레이드 원칙에 정확하게 반영되었다. 영화 '빅 쇼트'에 나온 사람들처럼 나심은 대공황에 모든 사람들이 잃는 순간에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세상의 불가능성, '블랙 스완'에 대해 항상 인지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에피소드이다.


2부는 이론과 예측, 그리고 진단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과도한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더 많은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주어진 이미지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어떤 책이 한 권 생각났는데 바로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이었다. 최근 빅데이터 시대에 들어서면서,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 속에서 정확한 신호들을 잡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이다. 2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엔론 사태에 대한 이야기, 노숙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이미지 판독의 허점, 표절 혐의에 대한 대가들, 정보기구가 개편되면서 생긴 정보 수집 능력의 부재, 위축을 한 것인가 당황한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첼린저 호의 실패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어떤 특정 이야기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지만, 놓치고 넘어갈 법한 교훈들이 중간중간 들어 가있다. 그래서 그것들에 대해서 가볍게 짚어보고 3부 이야기로 넘어가 보면 될 것 같다.

우선은 이미지 판독의 허점에서 나오는 교훈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할 때, 어떤 차량 (소방차라고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을 보고, 이를 수송 차량으로 오판해서 전쟁을 시작하게 된 얘기는 유명하다. 나아가, 여성들이 유방암 진단을 받을 때도 유방 조직은 일정함이 없기 때문에, 악성과 양성 조직이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이야기 또한 나온다. 다윗과 골리앗에서 말했던 것처럼 상황 (이미지)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여기서도 조금은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은 이제 첼린저 호의 실패를 말하면서, 위험 항상성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안전이 역설적으로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애기들이 약 병을 잘 열 수 없게 만들자, 약과 관련된 사고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가 부모들이 안심을 하고 약 병 관리를 소홀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전하다고 생각이 드는 때에도 항상 위험 요소도 함께 생각을 해야 하는 한다는 교훈을 준다.


마지막 3부는 인격, 성격 그리고 지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천재성, 좋은 선생이나 좋은 미식 축구 선수를 뽑는 일, 첫 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3부를 읽으면서는 첫 인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블링크'라는 책이 떠올랐다. 3부에서는 대기만성형 예술가들, 성공의 이면, 프로파일링 기업의 쓸모, 인재경영의 허울, 첫인상의 마력, 그리고 핏불을 위한 변호 이런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에 세 가지 에피소드의 내용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대기만성형 천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천재들이 처음부터 뛰어난 재능을 선보이지는 않는다. 천재들 중에는 가면 갈수록 노련해지고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대기만성형 천재들은 주변인들의 도움에 따라 그 능력을 꽃피울 수도 있고, 꽃피우지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다.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인재 전쟁의 허상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학력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대기업을 예로 들었을 때, 좋은 학력은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즉, 현장에서 뛰어보지 않은 인재는 그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에피소드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마지막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첫 인상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런 첫 인상이 면접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발휘하는지를 작가는 한 대학졸업반 학생을 예시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중간에 인상깊은 구절이 나오는데, '채용은 개인과 회사가 인연을 맺는 낭만적 과정이고, 면접은 성적 요소가 빠진 데이트입니다'라는 구절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낭만이 있는 비유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옴니버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의 큰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면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에서 주제가 드러나는지 찾아보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긴 이야기를 싫어하고 짧게 이야기를 읽기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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