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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un 10. 2024

“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 (1)

오래전 책방을 하고픈 꿈이 있었습니다.

물론 살다 보니 잊고 살았죠. 그래도 그럭저럭 살만했고, 꿈을 좇아 산다는 것 자체가 신기루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였습니다. 그 책을 읽는데 지금 아니면 영원히 책방을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 들더라고요. 꿈을 이루겠다는 설렘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튜브를 보고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책방을 운영해서 돈 벌었다는 유튜브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망한 책방 이야기 영상을 봤습니다. 우리나라가 책 안 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잖아요^^(물론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들도 계시지만 통계치는 그렇습니다ㅠ)


<2023.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 실태조사>


아무튼 무턱대고 독립서점을 찾아갔습니다. 운이 좋다면 사장님에게 짧게나마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요. 그날따라 가을바람이 좀 셌습니다. 짧은 가을 오후, 햇살보다 바람이 먼저 차갑게 와닿았지만 걸음은 마냥 가벼웠습니다. 도착한 책방 입구에 칠판에 분필 글씨로 에티켓이 적혀 있었습니다. 실내 사진 촬영은 안 된다는 문구를 보고 살짝 실망했습니다.(대형서점만 다녔던 어리석음ㅠㅠ) 하지만 책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사장님이 왜 그렇게 적어 놓으신지 알게 되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라 책들 때문이었습니다. 책이 작가들의 피땀의 결정체라면, 독립서점에 비치한 책들은 그 책방지기가 마음을 다해 선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촬영 금지의 이유를 100%로 동의했습니다.


길고 좁은 책상에 앉아 책을 훑어보는 20대 여자분과 책장 앞에 쪼그려 앉아 꼼꼼히 책을 훑어보는 제 또래의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대형서점과 달리 책마다 포스트잇과 인덱스가 붙어있어서 살짝 어리둥절했습니다. 이 책들을 파는 것이 맞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사장님께 솔직하게 물었습니다.


“ 제가 독립서점 방문은 오늘이 처음이라서요. 이 책들을 판매하시는 건가요? “

“ 하하 이 책들은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사신다면 새 책을 드립니다. “

“ 궁금해서 그러는데 포스트잇과 인덱스가 붙여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 포스트 잇은 제가 읽고 추천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적은 것이고, 인덱스는 책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니 저만의 방법으로 표시한 겁니다. 호호호 “

“아… 제가 책방을 한 번 해볼까 해서요.”


사장님의 친절한 답변에 불쑥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이왕 한 질문, 답은 듣고 싶었습니다.

사장님 입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라고 하실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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