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를 아는가?
예전에 핸드폰으로 스도쿠게임을 해보긴 했지만, 스도쿠책을 펼쳐서 숫자를 기입하는 청년은 처음 보았다.
청년의 하얀 손에 들린 진한 남색 샤프는 네모 칸에 숫자를 적었다.
잘 생각나지 않을 땐 손가락으로 남색샤프를 톡톡 쳤다. 그렇게 한 페이지 안에서도 몇 번을 했다.
베이지색 체크 남방을 입었다. 둘둘 말린 셔츠 소매 밑 팔뚝엔 꽃이 피었다. 은색시계와 깔맞춤 한 은색팔찌가 세 겹으로 지층처럼 층층이 쌓였고. 검은색 바지에 검은 백팩. 그리고 남방 사이에서 빛나는 검은색 비즈 목걸이까지. 부산말로 깔롱쟁이(멋쟁이)다.
청년이 진지하게 남색샤프로 작은 네모칸에 숫자를 생각했다.
스도쿠 청년의 왼쪽에 앉은 남자는 핸드폰에 푹 빠져 있었다. 풍채가 좋은 중년남자가 안경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을 비볐다. 그러면서도 그 남자의 눈은 핸드폰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 그의 입가에 미소도 떠나지 않았다. 그 남자가 보는 영상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그는 지금 눈물 날 정도로 재밌는 무언가를 보며 코를 실룩거렸다.
그에 비해 스도쿠 청년의 오른쪽에 앉은 중년 남자는 핸드폰을 보는 내내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표정 변화가 없으니 영상을 보는 건지, 잠시 딴생각을 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2호선 지하철은 순환선은 우리들을 싣고 오늘도 달린다.
추신 ; 지하철 연재는 매주 화요일이었습니다. 딱 한 번 깜박하고 연재를 올리지 못했네요.(책 출간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어서)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 가족과 12월 초부터 2주간 여행을 떠납니다. 어제 인쇄소에 가서 감리를 봤는데, 여행을 떠나는 게 맞나 싶지만. 몇 달 전에 잡은 약속이라 떠납니다. 아마 낮엔 여행지를 다니고, 밤에 숙소를 돌아와서는 막바지 작업(서점에 올릴 보도 자료 등)을 해야 할 거 같아요. 그래서 '지하철' 연재를 올리지 못할 거 같습니다. 여행 다녀온 후 그 주에 책 발행일이라... 아무튼 이제까지 연재를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적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동안 브런치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좌충우돌 출판' 이야기를 들고 올 때도 반가이 맞아주세요~^^(적다 보니 12시가 넘어서 수요일이 되었네요. 시간을 어겨서 죄송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