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너의 조각들> 리뷰
카린 슬로터의 책 <Pieces of her>이 넷플릭스에서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는데, 한국 넷플릭스는 시리즈 제목을 <너의 조각들>로 번역했습니다. piece라는 단어에는 조각, 부분이라는 뜻 외에 작품이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시리즈 전체를 다 보고 나니 <너의 조각들>은 참 좋은 제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작품', 즉 알렉산더 실로티가 편곡한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855a이 이 시리즈의 대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너무나 심란하게 만드는 배우 토니 콜레트가 주연인 만큼 작품은 당연히 좋습니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무엇인지 펼쳐보이는 솜씨가 정말 보통이 아닙니다. 강력범죄를 다루는 수사기관 종사자나 PTSD 환자를 만나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교육할 때 레퍼런스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즌1은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에피소드에 아주 명장면이 나옵니다. 토니 콜레트가 30년 만에 피아노 앞에 앉는 장면인데, 놀랍게도 BWV855a를 직접 연주합니다. 피아노라고는 열 살 이전에 잠깐 배운 것뿐인 콜레트가 시리즈를 촬영하면서 그녀의 작품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2주동안 정말 죽어라고 연습했다고 합니다.
콜레트의 연주와 가장 느낌이 비슷한 녹음을 찾았습니다. 넷플릭스 안 보시는 분이더라도 이 연주는 꼭 한번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