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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린 Apr 21. 2022

친절한 사람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OOO 소아과 원장님

초등학생 때부터 다니던 집 앞 소아과가 있었다. 

여의사 선생님의 이름을 단 OOO소아과 였는데, 오늘 갑자기 그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책에서 의사에게 '환자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말라. 환자는 당신보다 열등하여 몸이 아프게 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이 돈을 받는 한 그는 당신보다 나이가 어려도 당신의 손님이다.' 라고 조언하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이 문구를 보니 여태껏 수많은 동네 병원, 대학 병원을 스쳐갔지만, 유독 환자에게 진심이었고 친절하고 다정하셨던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 감기가 걸리면 그 병원에 가곤 했었는데, 그 선생님의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항상 작은 포스트잇에 감기 걸렸을 때 약은 어떻게 먹고 따뜻한 물은 자주 마시고 뭐 이러한 너무나 기본적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놓치기 쉬운 부분을 다 적어서 주셨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이는 40대로 보였는데 어렸을 때도 내 기억엔 '선생님이 예쁘고 따뜻하다.'로 기억한다.

목소리가 청아하고 깨끗하고 정확하고 친절했고 다정했다. 무엇보다 환자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포스트잇을 매번 써주신 건지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다녀오면 엄마도 선생님이 정말 잘 챙겨주신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문득 네이버에 그 병원을 쳐보았는데, 재작년에 선생님의 컨디션으로 인해 폐업했다는 육아카페 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에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다정한 말투가 좋았었는데...' '미국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여기저기 관광지도 추천해주셨는데' '우리 아이가 그 병원만 다녀오면 아픈게 싹 다 나았었는데' 등의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이 묻어있는 댓글을 적어놓았다.


어린아이였던 나도 한 어른이 내게 베푼 따뜻함을 기억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사람인가? 생각하게 된다. 


요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고, 잘해줘서 뭐해 어차피 회사의 다른 압력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너무 잘해주려고 에너지 쏟지 말자, 떠나면 또 나만 상처받는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인 것 같지만, 이런 마음을 먹고 사람을 대하면 난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었는데 갑자기 이 선생님이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이 어떤 상황이든 관계없이, 선생님은 늘 친절했고 다정했고 따뜻했다. 그 진심은 15년이 지나 성인이 된 나에게도 고마움으로 자리잡혀있다. 그렇다면 그게 답이지 않을까?


나도 지금 내 주변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관계없이, 나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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