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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Jul 16. 2024

출판사와의 미팅

안 와도 된다는데 굳이 찾아간 이유

  첫 투고를 시작 한지 2달이 가까워온다.

투고를 한 200곳의 출판사 중 긍정회신을 보낸  곳은 4곳이었다.

출판사의 제안메일을 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그곳에게 출간한 책을 살펴보는 일이다.


  주력출간 분야를 살피고 최근 출간한 책의 동향을 살피고 책의 디자인까지 눈여겨본다.

처음 살펴본 출판사는 출간한 책의 저자가 대부분 출판사 대표이다. 패스

두 번째 출판사는 검색되는 책도 적지만 도저히 2024년에 출간한 책이라고 볼 수 없는 헌 책방 책 같다. 패스

세 번째 출판사는 에세이 전문이고 디자인도 트렌디하다. 다만, 저자 책 인수 조건이다.

네 번째 출판사는 인지도 높고 편집장의 실력도 출중하다고 소문난 곳인데 역시 책디자인도 좋다. 저자가 사전예약판매를 통해 일정권수 책임져야 하는 조건이다. 투고 후 진작에 받은 메일인데 망설이던 출판사이다.


  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서울에 있는 동생집에서 쉬면서 오랜만에 지인들도 만나고 놀다 올 생각이었다.

전시회도 가고 맛집도 가고 공연도 보고 지인들과 술자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막상 서울에 있으니 출판사 관계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부산에서는 먼 곳의 아득한 신기루처럼 여겨졌던 출판사가 서울에서는 지하철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에 있었다. 


  햇볕이 뜨겁던 6월의 한 낮, 덕수궁 근처에서 볼일을 본 후 혼자 던킨에 앉아 세 번째 출판사를 검색해 보니 마침 내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멋지고 근사한 빌딩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처음 만난 출판사 대표는 인상이 에세이였다. 공감 잘하고 섬세하고 다정했다. 무엇보다 내 책의 콘셉트도 잘 이해하고 있었고, 편집 과정을 믿고 따라가도 될 것 같은 사람이었다. 저자 책 인수 조건을 걸고라도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은 마음겨우 억누르고 다시 연락하기로 다정하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부탁드리겠다는 나의 말이 아마 대표에게는 오케이 사인으로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진심이었다.


  흥분된 마음을 잠시 추슬러고 시원한 장소를 찾아 지하로 내려왔다. 그리고 곧장 지난해 그 출판사에서 출간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긍정회로를 돌리는 내 마음을 전했다. 축하와 기쁨의 말들을 주고받다가 인세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아 출판사에 손해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해서 인세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겠다고 한다. 그제사 멋지고 근사한 빌딩 한편 공유오피스가 영세한 출판사의 사정을 말해 주는 듯했다. 출간 후 홍보를 할 수 없으면 책은 사장되고 만다. 내 능력이나 출판사 능력이나 대박 날 가능성은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첫 출간의 기쁨을 잠시 누린 후 내 이름을 단 책이 창고에 쌓여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으며 단번에 사인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그리고 곧바로 네 번째 출판사, 소문(?) 많은 출판사의 본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출판사 규모도 크고 책의 수준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출판사이다. 어제도 광화문 교보문고 신간매대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출판사 책을 보았다. 용기를 내어 전화했는데 신호음이 한참을 울려도 받지 않는다. 출간 제안메일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나서 이제 계약이 물 건너 간걸일까 걱정하는데 딸각 남자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소개를 하고 출판사에 찾아가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본부장은 번거롭게 만날 필요 없고 출간계약은 이메일로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굳이 나는 만나고 싶었다.


  다음 날 약소된 출판사를 찾아갔다. 10여 평 규모의 작은 오피스텔에 데스크톱이 다닥 옆으로 붙어있고 5명의 편집자가 바쁘게 화면 속 커서를 옮기고 있었다. 사진 작업을 하고 편집을 하는 현장이었다. 나는 엉거주춤 작은 원형테이블에 젊은 편집장과 본부장과 자리를 함께했다. 

책의 편집방향에 대한 부분은 이미 메일에서 개요를 듣고 난 뒤라, 이번에는 홍보와 사전판매양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매달 15~20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에서 어떻게 내 책을 홍보해 줄 수 있는지, 첫 책이라는 미명하에 지인들에게 강매할 내 책의 사전 판매부수는 저자아자 셀러인 내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주로 본부장이 대답할 부분이었다. 대략 출판사에서 알아서 한다는 답변인데 내용보다는 태도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5명의 편집자들은 컴퓨터 화면을 보면 활자들을 만지고 있었다. 당장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앉아있을 이유가 없어 '생각하고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끝으로 일어섰다. 만약 출판사에 대한 사전 지식 혹은 부정적인 선입견이 없었다면 편집장의 실력을 믿고 계약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본부장의 태도에서 읽히는 믿지 못할 구석 같은 느낌은 편집장에 대한 호감보다 컸다.


 출판사 오피스텔을 빠져나오자 마치 호랑이 굴에라도 다녀온 듯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는 출판사의 출간제의에 부정적인 마음이었고 내가 가진 결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꿈꿔온 출간의 기회를 그냥 흘러 보내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는 나를 또 다른 내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결정하라고 등 떠밀어 다녀온 것이다.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그래야 만약 내가 다시는 출간할 기회가 없다 하더라도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첫 책으로 대단한 인세를 받거나 완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줄 출판사를 만나고 싶은 데 어디그런 곳인지 모른다. 그저 믿고 하는 수밖에 없다. 요지는 내가 믿고 싶은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다. 


나는 간절히 출간작가를 원한다. 그러나 최선을 선택하러는 마음도 접을 수는 없다.

내 글을 다듬고 다듬어서 다른 출간의 기회가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이 마음이 식지 않기를 나에게 바란다. 출간을 꿈꾸는 나와 같은 모든 초보작가에게도 같은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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