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어렸을 때는, 지난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게 뭔가 거창한 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여러 모임들에 참여해서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전하며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분주함에는 무뎌지고, 내 나름의 소소한 준비를 하는 거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2년을 한 번 쭉 돌이켜 보는 시간을 따로 내어봤다.
객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숍에 혼자 가서 커피를 시켜놓고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자리에 멍하니 앉아서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장 좋았을 때는 언제였는지, 가장 슬프고 속상했을 때는 언제였는지, 올 한 해, 그 전과 비교해서 내가 달라진 점이 있는지.. 앞으로 맞이하는 다음 해에 내가 소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등등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가 그렇듯,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정말 뛸 듯이 너무 기쁜 날도 있었지만, 지독히도 외롭고 슬픈 날도 있었고, 별거 아닌 일에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던 기억들도 참 많이 있었다.
내가 전과 비교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예전엔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해서 사는 것 자체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올 해는 내게 허락된 삶 자체가 소중하고 즐겁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내면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해야 할까?
예전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일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무기력해지고 좌절하며 모든 게 다 끝난 것만 같은 감정을 자주 느끼곤 했다. 이미 감정이 그렇게 느껴지면, 생각도 좋게 되지 않을뿐더러 행동까지 안 좋은 영향을 받았던 거 같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던 패턴이었기에 나는 내가 느끼는 모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이후부터는 내 상태가 좋아질 리가 없다.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그 와중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로 더 안 좋은 생각을 반복하며 어떤 벗어나지 못하는 부정적인 굴레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주변에서 나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은 어느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옆에서 해주는 위로와 격려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맞지만, 결국 그 문제를 맞닥뜨려서 헤쳐나가야 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으니깐.
많이 불안하고 예민한 내면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내게 주어진 삶을 열정적으로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나였기에,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진 못해도 돌이켜보는 시간들을 갖고 조금씩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택해보는 훈련을 했다.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가 한 선택이 과연 진짜 잘 한 선택인지, 나아지고 있긴 한 건지, 망망대해에 혼자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참 많이 외로운 내면의 싸움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슬프고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진 않았다. 작은 선택부터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내 삶을 내 것으로 온전히 소화하는 게 난 참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치열한 내적싸움을 하며 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아주 조금씩 생기니 나의 삶의 선순환이 되는 게 느껴졌다. 아주 조금일지라도.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며, 내 생각과 선택에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당황하긴 해도 잘못될 거라고 지레짐작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모든 걸 속단하진 않게 되었다. 문제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했고 그 다음에 차분하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주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그게 내가 마음에 드는 최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선택은 할 수 있으니깐.
그런 시행착오들을 올해 나는, 계속했던 것 같다.
도망칠 수도, 물러설 수도 없었기에 나 혼자 울면서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 너무 힘들었지만, 결국 그런 시간들이 나의 내면을 단단하고 여유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래서 삶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고 내 삶의 질 또한 훨씬 좋아졌다.
나처럼 모두가 내면이 단단해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나는 내가 느끼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았기에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고 짐 같이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런 나도 생각을 바꾸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작은 노력들을 꾸준히 하니, 삶이 그전에 비해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걸 조금은 말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는 주체적인 작은 선택들로 삶을 풍성하게 가꿔갈 수 있다고.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막막함과 두려움이 있을지라도 충분히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으니 조금만 생각을 열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삶의 지평을 넓혀가 보길, 내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이면서 나와 같이 내면의 슬픔이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2022년, 수고한 나에게 칭찬을.
2023년,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하여 설레는 소망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갈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