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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Feb 24. 2023

다시, 서점에 가야겠다.

오랜만에 책을 사러 서점에 갔다.


결혼 전에는 마음이 복잡해지거나 지친다고 느껴질 때 서점에 종종 가서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주변을 살펴보다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오곤 했었다. 적적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 때면 어김없이 서점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워낙 욕심이 많아서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은데 내 독해력은 그만큼 되지 않아 욕심만큼 책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걸 알기에 사고 싶은 책을 다 구매하는 건 내 여건도 그렇고 항상 부담이 됐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책이 생기면 서점에 먼저 가서 작가님이 어떤 분이신지, 목차를 쭉 훑어보고 읽고 싶은 챕터에 글을 읽어보고 좋아도 바로 사진 못하고 나만의 사고 싶은 책 목록에 적어두곤 했었다.


빌려서 책을 읽어도 되는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닐까 고민을 하면서 고르고 골라 한 번씩 몰아서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했다.

그 당시에 그렇게 서점을 다니면서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그때그때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다 사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던 거 같다. 그만큼 책을 읽고 싶은 마음과 어떤 상황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책을 구매하고 싶은 열망이 컸던 거 같다. 내가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진짜 고민하지 않고 사고 싶은 책을 다 사리라. 얼마나 상상했던지.


나의 이런 소망은 결혼을 하고 나서 어느 순간 이루어졌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아는 남편이 나의 그런 마음들을 알고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사서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고 남편의 그런 응원 덕분에 나는 정말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바로바로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다. 예전엔 책 하나를 사기 전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며 샀다면 결혼하고 나서는 그냥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별 거리낌 없이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책을 사서 읽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사고 싶은 책을 고민 없이 사는 것 자체만으로 내 내면에 채워지지 않았던 욕구들을 해소하며 한동안 시간을 보냈던 거 같다. 그렇게 사고 싶은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니 어느 순간 서점엔 잘 가지 않게 되었고 집에 주문한 책이 쌓이다 보니 책을 사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최근에 남편이 선물로 상품권을 받아와서 나에게 줬다. 상품권을 보니 백화점에서 쓸 수도 있었지만, 문득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아 내가 서점에 안 간 지 꽤 오래됐구나 ‘라고 깨달아졌다. 예전에 마음이 힘들 때 혼자 조용히 서점을 가서 마음을 달래고 신간이 나왔을 때 읽고 싶어 달려가던 그때의 설렘도 잃어버린 지 오래됐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서점에 가려니 귀찮은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터넷으로 시키면 할인도 되고 적립도 되고 바로 다음 날이면 집 앞에 도착하는데 그냥 온라인으로 주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래도 마음먹은 김에 움직여보자 ‘라고 나를 다독이며 퇴근 후 서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서점에 간 순간, 나는 느꼈다. 예전에 내가 힘들 때 서점에서 받았던 차분한 위로와 기분 좋은 설렘을.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사이로 천천히 걸으며 요즘엔 어떤 책이 나왔는지,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살피며 둘러보았다.

마음이 설렜다.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무심코 집어 들고 서문을 읽었다. 책을 고른 그 자리에 서서 한 권, 두 권 읽어보고 책을 모아서 잠시 읽을 수 있는 자리를 살폈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지 않은 구석으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아빠다리를 하고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예전엔 신간이 나오면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해도 도서관까지 들어오는 데에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서점에 달려가 신간부터 읽곤 했는데, 어떤 책은 읽어보지 못하게 흰 비닐로 감싸져 있으면 얼마나 속상했던지.. 그때의 내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참 많이도 서점에 왔었지.


지금은 그때보다 모든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서점에 올 때 설레는 내 마음은 그때와 똑같이 느껴졌다. 내가 모르는 방대한 지식이 집약되어 펼쳐져 있는 곳.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골라서 읽을 수 있는 곳. 여러 종류의 책들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곳.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그때의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서점에 가면 나를 설레게 하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이제 다시 시간을 내어 서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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