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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Mar 18. 2023

여행은 생각났을 때, 떠나야 한다.

스페인 여행기 1

내가 대학교 다닐 때, 학기가 끝나면 방학 중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는 게 학생들 사이에서 큰 유행이었다. 물론 나와 친했던 친구들도 나에게 유럽배낭여행을 제안했지만, 나는 내 상황엔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며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거절했다. 그때는 그냥 나의 상황은 여행은 절대 갈 수 없고 특히나 유럽배낭여행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들에게는 잘 다녀오라고 말하며 관심 없는 척했지만, 속으론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고 그런 꿈조차 꾸지 못했던 내 상황이 많이 원망스럽기도 했던 거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회사를 다니다가 불현듯 유럽여행이 생각났다. 그때 당시에도 유럽여행을 가려면 꽤 큰돈을 들여야 했기에 고민은 됐지만, 예전에 여행을 가지 못했던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불현듯 다녀왔던 유럽여행. 내가 유럽이라니. 들뜬 마음과 기대로 여행을 결정하고 준비하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렇게 나는 30대 초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내게 제안한 게 있었다. 우리 1년에 한 번은 꼭 해외여행을 가자고. 사실 난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꼭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씩 그런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경험은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간다고 내가 처해있는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는 등 스펙터클한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한 번씩 나에게 허락한 여행은 분명 나의 생각과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영감과 동기부여를 준다는 걸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조금은 깨달았기에 기회가 된다면 1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가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가 결혼을 하고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한 번 가까운 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은 막혀버렸다. 아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얼른 코로나가 잠식되길 바랐지만 그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코로나가 유행할 당시에 직접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했지만, 남편과 나는 여유시간이 생기면 짬짬이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꼭 진짜 여행을 갈 것처럼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때는 언제 그게 가능해질지 모르지만, 남편과 함께 꿈을 꾸면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여행을 갈 것처럼 구체적으로 “꼭 저런 곳에 가보고 싶다고 꼭 가보자고” 그렇게 약속을 하곤 했다. 코로나가 나아진 최근, 남편이 내게 제안을 했다. 이번에 우리 여행을 진짜 가보자고. 이제 코로나 상황도 많이 나아졌으니 계획을 세워보자고. 처음엔 그 얘기를 듣고 여행을 간다는 기쁨과 설렘보다는 지금 당장 내게 주어진 현실이 먼저 떠올랐다. ‘여행? 지금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장기간 여행을 계획하고 가도 부족한데 이렇게 갑자기?‘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려고 비행기값을 보니 가격도 코로나 전보다 확실히 많이 비싸져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됐었다.


아무리 예전부터 얘기했던 게 있더라도 남편의 제안이 갑작스러웠고 모든 게 지금 우리 상황엔 조금 무리일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만 하면 답은 나오지 않고, 점점 더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서 지금은 그냥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따라 그냥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 여행을 가자!” 고 말하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서로 쓸 수 있는 휴가들을 계산해서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 이렇게 갑작스레 결정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여행을 가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완벽한 준비는 없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나의 성향상 더 생각하다간 주저하고 여행에 못 갈 이유들만 찾아낼게 분명하기에 그냥 질러버렸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준비기간 동안 여행 책을 찾아보고 여행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틈만 나면 남편과 함께 여행을 계획했다. 똑같이 흘러가서 지루해질 수 하루 생활 중 여행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설레고 행복했다. 이렇게 나는 내 삶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남편이 여행을 제안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나는 가장 가고 싶었던 여행지인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글을 쓰고 있다. 아침까지도 캐리어를 끌고 남편과 함께 공항에 가며 아직도 여행을 가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얘기하며 왔는데, 바르셀로나 도착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내가 스페인이라니..’ 남편도 나도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남편과 나는 이번에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까?’ 오랜만에 겪는 긴 비행시간에 몸이 지치기도 하지만, 너무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삶. 선물 같은 날들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고백해 본다. 기대된다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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