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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묵 Aug 31. 2015

싱어송라이터, 아이들과 감정나눔을 시작하다 - 3.

아이들과의 첫 만남 첫 시간. 감정나눔에 대한 소개와 감정의 바른 이해.

너희들 자기 감정에 집중하고 생각해본 적 있니?
그냥 기쁜 거 슬픈 거 말고 말야.



생각보다 나의 감정을 잘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 나도 대학생 때까지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도 없었고 입 밖으로 말도 잘 안 했었어. 기껏 해본 말이라곤, "행복해"밖에 없었던 것 같아. 슬프거나 외로울 때는 없었냐고? 있었지. 그런데 그냥 뭐, 삭히는 거지. 혼자만 생각하고.


감정나눔은 별거 아니야.

나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나 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공유하고 나누는 것.

어느샌가부터 우리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되어져 버려서 나를 말하는 것이 어색해져 버린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생각도 잘 안 하게 된 것 같고.


그런데 우리는 머리로 감정에 대해서 생각을 못할 수 있더라도, 몸은 솔직하게 감정을 느낀다?. 예를 들면,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상형을 만났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당황했을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하잖아. 내가 왜 그런지는 모를 수 있어도 몸은 다 느낀다는 거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모르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살면서 어쩔때보면 나도 모르는 감정에 내가 힘들어 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나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나만의 감정해소 방법을 갖는 것이 참 중요해.


우리 수업은 이런 것을 할 거야!

감정에 대해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친구들과 놀면서,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활동을!



그래서

우선 오늘 첫 시간은.

"다같이 놀자!"





전에 포스팅에도 적었지만, 감정을 말하기엔 앞서 관계가 밑바탕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물론 평소에 감정표현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첫 시간은 온전히 "놀이"로서 반 친구들과 관계를 만들고, 옆 친구와는 앞으로 감정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들어주는 사이가 될 수있도록 자기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의 놀이



* 수업은 언제나 5인 1조 혹은 6인 1조로 이루어진다.


1. 감정빙고 게임 - 감정리스트를 보고 5x5칸, 즉 25가지의 감정을 골라, 쓰고 지우며 감정의 다양성을 알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자기 차례에는 하나의 감정을 외치고 한칸을 지우는데, 머릿속으로 생각만해봤던 감정들을 입밖으로 내보는 경험을 유도 한다 : 25칸을 감정으로 채울 때, 사실은 리스트에 있는 감정을 보고 아무거나 옮겨 쓰면 되는 단순한 것인데도 주저하며 늦게 쓰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2. 네임포스트잇(학교네브릿지 위즈덤 수업 변형) - 포스트잇 가운데에 이름을 적고, 사각형의 각 네모퉁이에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담게한다(나를 자연속에 있는 무엇으로 표현해본다면?/나의 흔한 습관 혹은 취미/올해안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한가지/오늘의 대표감정).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아무곳에나 포스트잇을 붙이게 한다. 그리고 '한번 붙인 곳에서 포스트잇은 뗄 수 없음'을 공표한다. 술렁이는 분위기를 뒤로한 채, 반 전체 아이들에게 한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붙인 포스트잇 부위를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기소개를 시킨다. 아이들은 팔꿈치, 안경 안 오른쪽 눈, 손가락, 볼, 인중, 뒷통수 등 생각보다 아이들의 붙이는 위치는 다양하다ㅎㅎㅎ.


자기소개를 시키다보면 가끔 안타까운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데 하루종일 놀아보는게 올해 에 꼭 해보고 싶다는 친구, 가족들이 너무 바빠서 겨울에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친구, 감정이 요즘 메말라서 자신을 사막이라 표현한 친구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친구들에게 '다양한 감정놀이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선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친구들은 모두 14살의 귀여운 아이들이다. 첫 수업을 마치며 집에 돌아가며 아직은 마음껏 놀아도 괜찮은 나이인 것 같은데, 요즘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 함에 참 씁쓸했다.


더 재밌는 감정놀이를 찾아봐야겠다.

최근 소중한 조언을 들었는데,

"학교 끝나고 잊혀질 수업 목표보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멋진 장면을 만들어주라고"

해야할 일이 참 많다.


다음주에 또 보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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