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첫 만남 첫 시간. 감정나눔에 대한 소개와 감정의 바른 이해.
너희들 자기 감정에 집중하고 생각해본 적 있니?
그냥 기쁜 거 슬픈 거 말고 말야.
생각보다 나의 감정을 잘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 나도 대학생 때까지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도 없었고 입 밖으로 말도 잘 안 했었어. 기껏 해본 말이라곤, "행복해"밖에 없었던 것 같아. 슬프거나 외로울 때는 없었냐고? 있었지. 그런데 그냥 뭐, 삭히는 거지. 혼자만 생각하고.
감정나눔은 별거 아니야.
어느샌가부터 우리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되어져 버려서 나를 말하는 것이 어색해져 버린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생각도 잘 안 하게 된 것 같고.
그런데 우리는 머리로 감정에 대해서 생각을 못할 수 있더라도, 몸은 솔직하게 감정을 느낀다?. 예를 들면,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상형을 만났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당황했을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하잖아. 내가 왜 그런지는 모를 수 있어도 몸은 다 느낀다는 거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모르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살면서 어쩔때보면 나도 모르는 감정에 내가 힘들어 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나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나만의 감정해소 방법을 갖는 것이 참 중요해.
우리 수업은 이런 것을 할 거야!
감정에 대해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친구들과 놀면서,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활동을!
그래서
우선 오늘 첫 시간은.
전에 포스팅에도 적었지만, 감정을 말하기엔 앞서 관계가 밑바탕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물론 평소에 감정표현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첫 시간은 온전히 "놀이"로서 반 친구들과 관계를 만들고, 옆 친구와는 앞으로 감정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들어주는 사이가 될 수있도록 자기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의 놀이
* 수업은 언제나 5인 1조 혹은 6인 1조로 이루어진다.
1. 감정빙고 게임 - 감정리스트를 보고 5x5칸, 즉 25가지의 감정을 골라, 쓰고 지우며 감정의 다양성을 알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자기 차례에는 하나의 감정을 외치고 한칸을 지우는데, 머릿속으로 생각만해봤던 감정들을 입밖으로 내보는 경험을 유도 한다 : 25칸을 감정으로 채울 때, 사실은 리스트에 있는 감정을 보고 아무거나 옮겨 쓰면 되는 단순한 것인데도 주저하며 늦게 쓰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2. 네임포스트잇(학교네브릿지 위즈덤 수업 변형) - 포스트잇 가운데에 이름을 적고, 사각형의 각 네모퉁이에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담게한다(나를 자연속에 있는 무엇으로 표현해본다면?/나의 흔한 습관 혹은 취미/올해안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한가지/오늘의 대표감정).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아무곳에나 포스트잇을 붙이게 한다. 그리고 '한번 붙인 곳에서 포스트잇은 뗄 수 없음'을 공표한다. 술렁이는 분위기를 뒤로한 채, 반 전체 아이들에게 한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붙인 포스트잇 부위를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기소개를 시킨다. 아이들은 팔꿈치, 안경 안 오른쪽 눈, 손가락, 볼, 인중, 뒷통수 등 생각보다 아이들의 붙이는 위치는 다양하다ㅎㅎㅎ.
자기소개를 시키다보면 가끔 안타까운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데 하루종일 놀아보는게 올해 에 꼭 해보고 싶다는 친구, 가족들이 너무 바빠서 겨울에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친구, 감정이 요즘 메말라서 자신을 사막이라 표현한 친구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친구들에게 '다양한 감정놀이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선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친구들은 모두 14살의 귀여운 아이들이다. 첫 수업을 마치며 집에 돌아가며 아직은 마음껏 놀아도 괜찮은 나이인 것 같은데, 요즘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 함에 참 씁쓸했다.
더 재밌는 감정놀이를 찾아봐야겠다.
최근 소중한 조언을 들었는데,
"학교 끝나고 잊혀질 수업 목표보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멋진 장면을 만들어주라고"
해야할 일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