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의 사인에는 날짜가 있던데 내 책에는 날짜가 없어서 살짝 아쉽지만 '란'의 받침 'ㄴ'에 힘이 가득 실려서 뒷면에 자국으로 남은것 마져 멋있어서 좋습니다.
문학동네 출판사 인스타 이벤트에 참여했던 사진
- 그 말도 못 하던 애가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막 손뼉 치더라고. 영우가 나한테 박수를 쳐줬어. 태어났다고.....
- 다른 사람은 몰라.
김 ㅇ ㅇ
영우가 엄마 몰래 써 놓은 자기 이름
그 숨겨진 낙서를 보고 영우엄마는 끅끅 대며 눈물을 흘린다.
누가 알 수 있을까.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슬픔을... 하지만 글을 따라가다 보니 영우 엄마의 깊은 슬픔에 동화되었다. <입동>
- 할머니 용서가 뭐야? 없던 일로 하자는 거야? 아님 잊어달라는 거야?
-그냥 한 번 봐달라는 거야.
-없던 일이 될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 그런 건 모두 어디로 가나.
-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찬성에게 물었다. "너, 대학에는 안 갈 거지? 그렇지?"
- 미지근한 논물 위로 하루살이 떼가 둥글게 뭉쳐 비행했다. 마치 허공에 시간의 물보라가 이는 것 같았다.
아빠가 쓰던 방에서 악몽을 꾸던 찬성을 편안하게 자게 해 주던 따뜻한 존재 에반. 찬성과 에반은 서로를 구원해 주던 존재였는데...
물욕,미안함, 죄책감, 용서를 구함...
그 모든 마음을 시작하게 한 것은 가난.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독한 가난은 나를 나로 살 수 있게 하는 모든 감정들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동년배 친구들이 당연하게 가질 수 있던 것들 중 아주 작은 하나를 욕심 냈을 뿐인데 찬성에게 남은 상황이 너무 가혹해서 슬펐다. <노찬성과 에반>
- 비가 오면 명상에 잠긴 대지가 허밍 하는 소리를 엿듣고 <풍경의 쓸모>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이 이 단편의 한 문장에서 스치듯 나온다. 고요하고 조용한 스노우볼 안의 세상이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여름과 대조되는 것으로 여러 감정을 표현해 주셨다.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흩날리는 것을 스노우 볼 안에서는 조절 할 수 없다. 갑자기 스노우 볼 속 세상이 외롭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 네 안의 어떤 것이 너를 그렇게 만드는 걸까. 그중 내가 준 것도 있을까. (195쪽)
-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 애가 어릴 땐 집 현관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자연스레 단절됐는데, 지금은 그 '바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212쪽)
- '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거든. (214쪽 ) <가리는 손>
- 제가 이해하는 삶이란 슬픔과 아름다움 사이의 모든 것이랍니다. (237쪽)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내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권지은'양의 편지를 읽으며 엉엉 울었다. 주인공 명지의 남편, 도경은 계곡물에 빠져 죽어가는 제자'권지용'을 살리기 위해 뛰어들었다. 명지는 그 편지를 읽고 도경의 마지막 마음을 알게 되었다. 가족인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물에 뛰어든 도경을 원망했는데 그는 그 순간 삶에서 죽음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삶에서 삶으로 뛰어든 것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