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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오리즈 Jun 16. 2020

3-1.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츠타야(하)

본 글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츠타야 (중)"에서 이어집니다.


츠타야 서점의 변화, 패션쇼에서 테마파크로


“사실 TSUTAYA도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완성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운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 만든 TSUTAYA는 항상 새로운 기획을 원동력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작품으로써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 마스다 무네아키 CCC 회장


     항시 새로운 시대에 맞게 그 모습을 바꾸는 것이 TSUTAYA 혹은 츠타야 서점이라고 말한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 처럼, 다이칸야마 T-Site는 큐레이션에 특화된 ‘유통업'(29cm)에서 공간 기획이라는 임대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츠타야 서점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 글을 참고하기 좋다. 이 글의 핵심은 츠타야 서점의 핵심인 ‘큐레이션'의 범주가 특정 아이템(하드웨어)에서 츠타야 서점에서의 독보적인 경험, 즉 시간(소프트웨어)로 변화하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적으로 말해 츠타야 서점이 제공하는 상품 자체가 변했다는 뜻이며, 고객이 츠타야 서점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다는 뜻이다. 


     당초 CCC가 아이템이라는 하드웨어를 큐레이션한 까닭은, 그들이 생각하는 츠타야 서점이 ‘패션쇼'에 가까운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패션쇼'는 그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를 일반인이 보기에는 일견 난해하다 싶을 정도의 무언가로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장이다. 비록 모델들이 입은 전체로서의 의상은 일반인이 소화하기 상당히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시즌의 트렌드는 작은 아이템 단위로 축소 번역되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다. ‘패션쇼'로서 츠타야 서점은 TSUTAYA를 통해 형성한 어떤 로망으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가령 007영화를 보며 제임스 본드처럼 다양한 술을 섭렵하고, 그 중에서도 맛있는 마티니를 만들고 싶어진 이들을 위해 술에 관한 책 옆에 칵테일을 만들기 위한 도구와 리큐르를 같이 전시함으로써 고객이 자신의 공간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존의 츠타야 서점이었다. 츠타야 서점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의 극히 일부만이 아이템이라는 매체를 경유해서 고객에게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츠타야 서점은 더 이상 ‘패션쇼'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대신에 츠타야 서점은 일종의 ‘테마파크'가 되었다. 츠타야 서점은 더 이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지 않는다. 대신에 츠타야 서점을 찾아 CCC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한다. 책, 음악, 영화, 카페, 음식, 산책 등 공간의 밀도를 낮춤으로써 고객이 보다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고객은 독보적인 도심 속 테마파크에서 입장료 대신에 스타벅스 음료를 한잔씩 시키고 공간을 즐기며 테마파크의 비싼 음식값과 기념품을 기쁜 마음으로 구매하듯이 거기서 식사를 해결하고 책 1권, 앨범 1장, 굿즈 1개 등을 집으로 가져간다. 그렇다면, 츠타야 서점은 어째서 ‘패션쇼'에서 ‘테마파크'로 변화하였는가. 이는 1) 츠타야 서점을 찾는 고객의 인식 변화, 2) 오프라인 공간 자체의 변화, 그리고 3)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이 위치한 시부야라는 지역의 특성 변화라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이유부터 살펴보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름 아래 제안된 물건들 하나하나가 집에 있을 때는 이질감이 없지만, 이 모든 물건들을 한 곳에 모은 츠타야 서점은 마치 가구 매장이나 드라마 속 집처럼 이질적이다. 이는 꾸준히 강조하고 있듯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창조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개척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가능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은 츠타야 서점의 컨시어지에 맞먹는 상당한 내공을 쌓은 고수이리라. 그렇지만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이들은 결코 츠타야 서점이 말하는 것과 같은 이상적인 삶을 고수할 수 없다. 하다못해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셔도 커피 찌꺼기를 치워야 한다. 드롱기의 세련된 커피 머신과 토스트기를 전시해둘 때 이같은 요소는 완전히 배제된다. 홈카페를 위해 야심차게 산 커피 머신을 창고에 집어넣을 때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의 추구가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츠타야 서점의 변화는 사람들이 츠타야 서점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손 끝에 닿을 것 같지만 결코 닿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아이템은 결국 아이템일 뿐이다. 아이템을 매개로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의 노동과 노력이 필요하다. 츠타야 서점은 이 모든 노동을 아웃소싱함으로써 현실공간과 유리된 이상적인 현실로서 테마파크를 연출할 수 있었다. 사실 츠타야 서점의 컨시어지에 의한 큐레이션 자체가 경험과 내공에 대한 아웃소싱이다. 츠타야 서점이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충분히 집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고 오로지 츠타야 서점에서만 누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지만, 오로지 츠타야 서점에서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라이프스타일'의 유일무이한 소장고라는 강점은 유지되었고다. 그렇기에 츠타야 서점은 이제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판다. 


     두 번째 이유는 오프라인 공간 자체의 미디어화이다. 소매업 전문가 더그 스티븐스는 “우리는 일상에서 디지털과 물리적인 유통 방식을 모두 경험하고 있으며, 매장이라는 곳과 매장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매장의 미래는 매장 그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되는 공간이다.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장소라기 보다는 물건을 얼마나 색다르게, 그리고 깊이있게 소개할 수 있는가라는 편집능력이 중시된다.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은 특정 종류의 상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물건을 사기 전에 직접 만져보고 다뤄볼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하고, 또 그런 가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더그 스티븐스는 전망한다. 


     CCC는 더그 스티븐스가 말하는 공간의 미디어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실천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이다. 다이칸야마 T-Site와는 별개의 공간이지만, 츠타야 가전은 바로 이 더그 스티븐스의 관점을 모두 구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후타고타마가와(라쿠텐 본사가 위치한 도쿄 근교의 지역)에 오픈한 츠타야 가전은 CCC가 그동안 소개해 온 어른스럽고 차분한 분위기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하드웨어를 함께 파는 새로운 컨셉의 가전제품 판매점이다. 헤어 관련 제품의 옆에는 미용실이, 리빙 공간에는 소파와 함께 식물이, 그리고 그에 맞는 가전제품이 같이 있는 실제 삶의 공간을 구현해둔 듯한 컨셉의 공간 기획으로 유명한 공간이지만, 필자가 이 매장에서 주목하는 건 데이터 마케팅이다. 


     츠타야 가전 내에는 츠타야 가전+라는 클라우드 펀딩 제품이나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별도의 쇼룸이 존재한다. 이때 점포 안에는 AI카메라가 있어 제품에 흥미를 보인 고객의 성별이나 나이, 그리고 어떤 포인트에 관심을 보였는지를 확인해서 분석하고 이를 제품을 출품해준 회사에 제공한다. 고객에게 있어서는 현재 개발중인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져본다는 독특한 체험을, 회사에 있어서는 광고 효과와 함께 제품 소비층에 대한 분석과 향후 개선에 필요한 솔직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장이 된다.


     츠타야 서점 또한 츠타야 가전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브랜드를 소개하는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젊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어피치가 함께 한 팝업스토어가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어피치를 한국 홍보대사로 임명한 것을 기념하여 2019년 3월 9일부터 24일까지 한국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다. 이외에도 츠타야 서점은 끊임 없이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오리지널 굿즈를 출시하거나 팝업스토어를 열어 한정판 굿즈를 판매한다. 

     필자가 특히 재밌다고 여긴 이벤트는 일본의 유명 밴드 Spitz와 진행한 콜라보다. Spitz는 2019년 10월에 앨범을 발매했는데, 앨범 표지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수수께끼의 인형이 있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서 다이칸야마 T-Site에서는 2주 동안 이 인형을 음악 관련 상품이 놓여진 플로어에 숨겨놓았다. 물론 날짜나 시간에 따라 인형의 위치는 바뀐다. Spitz의 팬이라면 무조건 2층에 있는 인형을 찾으러 다이칸야마 T-Site를 방문할 것이고, 그 사이사이에 당연히 츠타야 서점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것이다. 각종 브랜드와의 콜라보는 고객들에게 츠타야 서점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그리고 각종 이벤트와 팝업을 위해 방문한 고객은 점차 츠타야 서점에서의 시간에 동화되어간다


     CCC의 협업의 역사는 2003년에 개업한 롯폰기 츠타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CCC는 스타벅스와 함께 북&카페 형태의 공간을 제공해왔다. 그리고 CCC의 하이엔드 공간인 다이칸야마 T-Site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선보인 스타벅스의 F&B 브랜드 프린치가 단독 입점했다. 기존의 다이칸야마 T-Site에는 가볍게라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는데, 이를 스타벅스의 F&B로 보강하였다. 프린지의 입점 덕분에 다이칸야마 T-Site에서 말 그대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CCC와의 제휴 관계는 같은 공간 임대업인 스타벅스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크다.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그리고 공간 임대의 대명사로 알려진 스타벅스이지만 얼핏 부족한 개성을 츠타야의 콘텐츠를 통해 채울 수 있다. 물론 스타벅스는 나름대로 유명한 건축가에게 의뢰해 멋진 건물을 짓기도 하고 리저브 매장이나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통해 경험을 제공하려고 하지만 모든 매장에 콘텐츠를 채울 수는 없다. 이때 CCC와의 제휴는 좋은 옵션이다. 


     그리고 여담이라면 여담이지만,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지어진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입점한 지역이 나카메구로인 데에는 CCC와의 제휴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한다. 다이칸야마의 T-Site와 나카메구로의 리저브 로스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다이칸야마를 산책하는 관광객이라면 두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일본 최초의 리저브 로스터리를 다이칸야마 T-Site 근처의 나카메구로에 지은 건 우연일까?


     마지막 이유는 보다 직접적인데, 시부야라는 공간의 특색이 변화하면서 다이칸야마 T-Site를 찾는 고객층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 거리를 찾는 인구집단이 달라졌는데, 가게가 기존의 모습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시부야의 변화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잠시 시부야의 공간적인 특징, 그리고 그 변천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스크램블 교차로의 이미지로 흔히 알려진 시부야는 사실 90년대 후반에 펼쳐진 일본 벤처 붐의 성지 같은 공간이다. 패션타운으로서 시부야는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다양성의 장이자, 젊은 감각이 모이는 역동성의 장이었다. 이런 시부야의 공간적 특성은 수직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일본 사회에서 독보적이었으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꿈꾸는 벤처 기업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는 시부야를 ‘비트 밸리'(컴퓨터의 Bit + 실리콘 밸리)라고 부른다.  


     2000년대 초반에 IT버블이 붕괴하면서 시부야의 ‘비트 밸리'화는 멈춘 듯이 보였다. 그러나 2010년대에 이르러 시부야는 오피스 기능을 갖춘 신 도심으로 진화하려 하며 멈춰진 ‘비트 밸리'의 신화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구글 일본 법인은 2001년 시부야 지역의 건물에 입주해있었으나 2010년에 롯폰기 힐즈로 오피스를 옮겼다. 그러나 2018년에 본격적인 시부야 재개발의 상징격인 시부야 스트림이 오픈하면서 시부야로 재이전했다.시부야 스트림이 상징적인 까닭은, 2012년에 오픈한, 시부야 재개발의 시발점인 시부야 히카리에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진 시부야역 일대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완전히 새단장한 시부야의 모습을 대중에 선보인 첫 번째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글 일본 법인이 옮겨왔다는 점도 충분히 상징적이다.


     시부야 일대의 재개발은 부동산 디벨로퍼인 토큐 부동산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토큐는 일본 내 여타 부동산 디벨로퍼들과는 달리 철도 사업이 주축인 그룹 회사인데, 이들은 시부야 일대의 재개발에 환승이 복잡한 개미지옥 시부야의 역을 개편하면서 접근하고 있다. 분명 시부야 재개발의 시발점은 라인이나 DeNA가 입주한 시부야 히카리에였지만, 토큐의 재개발 계획은 그 전부터 그려져있었다. 토큐가 그린 큰 그림의 첫 번째 단계는 그들이 소유한 지하철 노선 2개선을 지하화한 것이다. 원래 시부야 역은 교통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역이다. 시부야 역을 이용하는 하루 이용객은 300만 명에 달하며, 시부야 역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은 9개이며, 역 내 가장 긴 환승구간은 766m에 달했다. 한 마디로 카오스였다.


토큐의 시부야 개발계획


     토큐는 시부야 역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 가운데 2개 노선을 운영한다. 토큐는 자사의 노선을 먼저 지하화함으로써 건물 부지를 확보했다. 새롭게 확보한 건물 부지와 기존에 토큐가 소유한 부지에 총 9개에 달하는 새로운 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동시에 재개발에 있어서 시부야 교통의 편리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도쿄메트로나 JR의 역 플랫폼을 토큐가 소유한 건물 인근으로 가져왔다. 토큐 토요코선은 도쿄메트로 후쿠토신선과 직통으로 이어졌고, JR사이쿄선의 플랫폼은 JR야마노테선의 플랫폼 인근으로 옮겨졌으며, 도쿄메트로 긴자선의 플랫폼도 시부야 히카리에의 지하로 이전될 예정이다. 모두 기존의 지상 노선이었던 토큐의 2개 노선을 지하로 매립하고 얻은 부지를 이용해 재개발 건물을 지으면서 가능해진 변화다. 


광역 시부야권 개발


     토큐가 계획하고 있는 시부야 역 일대 재개발 계획은 시부야 역 부근의 건물만으로도 2024년까지 계획이 잡혀있다. 그러나 시부야 재개발은 시부야 역 주변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토큐가 꿈꾸는 시부야 재개발은 훨씬 더 스케일이 큰, ‘면'적인 개발로 향한다. 그 범위는 시부야 역의 북쪽에 위치한 오모테산도/하라주쿠 지역과 남쪽에 위치한 다이칸야마/에비스 지역으로까지 뻗어나간다. 이를 위해 토큐는 오모테산도/하라주쿠 지역과 다이칸야마/에비스 지역에 있는 기존의 토큐 쇼핑몰을 활용하거나 새롭게 쇼핑몰을 건설하며 그 지역의 거점으로 활용한다. 지역의 각 거점과 시부야 역의 9개 고층 빌딩을 연결하는 ‘선'이 형성되면, 그 선의 좌우로 일대의 상권이 살아나면서 새로운 상업시설이 늘어날 뿐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거리의 이벤트성 자체가 늘어난다. 최종적으로는 점과 점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면이 생겨난다. 


다이칸야마역과 시부야역 사이사이의 거점을 만듦으로써 선을 형성했다


     다이칸야마는 특히 토큐가 운영하는 토큐 토요코선의 역이 위치해있어 시부야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원래 다이칸야마는 한남동처럼 한적하지만 세련된 소위 잘 사는 중년층이 사는 동네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마스다 무네아키도 당초 프리미어 에이지를 위한, 시니어 세대를 위한 츠타야 서점을 다이칸야마에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한국의 츠타야 서점을 표방한 JOH의 스틸북스가 한남동에 위치한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렇지만 시부야 일대의 재개발로 인해 다이칸야마의 분위기는 이 지역을 찾는 인구층이 변화하면서 급변하고 있다. 보다 젊어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마을과 거리는 다양한 세대가 교차하는 모자이크와 같다. 라이프스타일의 표본으로 가치 높은 소프트를 제공함으로써 TSUTAYA가 생각하는 가치 높은 고객, 즉 프리미어 에이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모자이크 속에서 선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이칸야마라는 현실적인 공간으로 그들을 모이게 하는 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라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 처럼 마을과 거리는 모자이크와 같다. 모자이크의 구성이 바뀌면서 마을과 거리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다이칸야마라는 현실적인 공간의 구성도 바뀌었다. 그러므로 CCC는 다이칸야마 T-Site를 시니어 세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패션쇼(그들은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에서 젊은이들이 현실로 붙잡기 어려운 환상으로서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구비한 테마파크로 변화시킬 수 밖에 없었다. 


츠타야 서점은, CCC는 앞으로 무엇을 기획하나?


     CCC는 사람들이 어렴풋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이름을 부여하면서, 개념을 창조하면서 얻은 특권적 지위를 바탕으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독점적으로 제공해왔다. ‘취향'을 제안해온 TSUTAYA는 거의 한 세대를 관통하였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시작한 츠타야 서점은 아직 10년 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그러므로 CCC는 한동안 프리미엄 브랜드인 츠타야 서점과 복합상업시설 T-Site의 수를 늘리고, 기존의 TSUTAYA BOOKS를 츠타야 서점으로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존의 TSUTAYA 프랜차이즈가 영위한 동네 문화상점으로서의 기능을 동네 라이프스타일 상점으로 키우는 것이다. CCC는 일본 내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대중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으로서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 시장이 일종의 양적 팽창이라면, 일본 내에서는 계속해서 질적 향상을 시도할 것으로 추측된다. 기존의 츠타야 서점의 사업모델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확산되면 테스트 베드로서 직영점은 테마파크로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안해야만 한다. 이때의 경험에 대해서는 현장감이 있으며 오감을 모두 충족시키는, 오프라인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무언가일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이 모든 재료를 준비하고 정리하기 어려운 이벤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쿠킹 클래스 처럼 재료나 도구를 사기에는 비싸고 얼마 쓰지 않아 아깝지만 한 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은 무언가 말이다.


     CCC 기획의 핵심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그 개념의 창조주로서 특권성을 얻는데 있다. 그러므로 ‘취향’에 이어 대두된 ‘라이프스타일' 그 이후의 개념을 고안해내는 집단 혹은 기업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기획회사가 될 것이라 추측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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