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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Sep 30. 2024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1.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는 이유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가슴에 출간의 꿈을 품고 산다. 가기 싫은 직장에 꾸역꾸역 출근하면서도 여느 유명한 작가가 되어 우아하게 글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만 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미 동화책 몇 권을 출간한 나도 그렇다. 침대에서 꿈틀꿈틀 일어나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감을 때 온갖 망상에 젖어든다. 

'나 이러다 정말 대작을 내면 어쩌지?'

'어머머,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렇다. 이건 망상이다!! 그래도 좋다. 이런 즐거움마저 없으면 인생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름 노력했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는데,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날엔 어김없이 내 안에 숨어 있던 작은 악마가 찾아와 귓가에 속삭인다.  


"네가 잘하는 걸 해야지. 안될 걸 붙잡고 늘어지면 바보야."

"그거 알아? 어차피 안될 사람은 끝까지 안 돼..."

"노력해 봐야 시간 낭비야. 넌 글쓰기에 재능이 없으니까."


이러한 걱정은 비단 작가 지망생만의 고민이 아니다. 기성 작가들도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확신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도 없어서 나보다 잘 쓰는 작가의 글을 접하면 내가 가진 달란트가 작고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고민은 펜을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된다. 




2. 글쓰기 재능이란 무엇일까? 

글쓰기 재능이란 무엇일까? 

감동적인 글을 쓰는 것일까, 글을 빨리 쓰는 것일까, 유행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일까, 책많이 출간하는 것일까, 베스트셀러작을 내는 것일까?


나는 여러분이 책을 출간하지 못했다고 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작물의 관한 가치평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 의해 내려지지만, 그 평가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라고 손꼽히는 '고흐'는 살아생전 각종 미술관에서 전시를 거절당하고 가난하게 살았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을 부흥시킨 천재 건축가 '가우디'조차도 시민들에게 괴상한 건축물을 지었다고 손가락질받고,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으며, 노후에는 허름한 노숙자차림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만약 이들이 '아무도 나의 작품을 안 알아주네. 나는 재능이 없으니까 이제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평생 후회스럽지 않았을까.


굳이 먼 역사를 돌아보지 않아도 최근 십 년간의 출간 트렌드를 보면,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을 것만 같은 작품이 히트를 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독자들은 짧지만 안에 기승전결이 들어가있는 글을 원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길고 복잡한 서사때문에 외면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성공과 재능이 반드시 일치할 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재능이나 영재성을 성적에 따라 평가하는 결과론적인 방식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 재능은 '꾸준히 쓰는 것' 그리고 '자신의 원고에 관한 확신을 갖는 것'이다. 

우선 글을 꾸준히 쓰려면 글쓰기가 재밌어야 한다. 별다른 결과나 보상이 없어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재밌다면 재능이 있다고 본다. 어느 분야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능력 또한 재능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쓰기만 한다고 해서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순 없다. 원고를 쓸 때 누가 어떤 평가를 내리던 '나는 내 원고에 자신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 말인즉슨, 원고를 쓸 때 나름의 생각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눈을 감고 자신의 원고를 되짚어 봤을 '아, 잘 썼네! 누구에게 보여주더라도 부끄럽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면 재능이 있는 것이다. 




3. 성장했다면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몇 년 내내 떨어지는 공모전이 있다. 글쓰기는 아니고, 수업에 관한 공모전인데 어느 순간 지원하고 떨어지는 게 일상이 됐다. 주최 측에서 원하는 방향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뭔지 아직 감을 잡지 못했다. 본질적으로 당선자에게 주어지는 콩고물에만 관심이 있고, 수업에 관한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리라. 어찌 보면 쓸데없는 삽질 같지만 억지로라도 수업에 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며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면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노력이란 없다. 침대에서 꿈틀꿈틀 일어나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감을 때 즐거운 망상에 잠길 수 있다면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아, 나 이러다가 당선되는 거 아냐?' 

'어머머, 나는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사람이야'


어느 날 꿈꾸기만 하던 망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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