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후, 창업가가 된 저의 이야기
2011년 경희대에서 <창업의 이론과 실무> 수업 듣던 대학생은 딱 10년 후, 창업가가 되었다.
2021년 2월에 퇴사를 했으니 말이다.
교수님의 강의 중 '월급은 마약이다'라고 크게 쓰여있던 PPT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딱 그 7 음절의 글자가 강의실 스크린을 빼곡하게 채웠다.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러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20대(그리고 현 30대도)를 쭉 관통하는 나의 주요한 핵심 화두는 연애나 취업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 뺏긴 나의 자유를 되찾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꾸려볼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안적인 삶을 이상적으로 그리게 됐고 농사, 대안학교 교사에 마음이 가닿았다.
창업 역시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니 주도적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분야에 관해 창업을 해야겠다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이 아니었다.
비즈니스에 관해 대단한 관심이나 창업가로서 원대한 포부가 있었던 것 또한 아니었다.
수업은 아주 재밌게 들었다.
난 제도권 교육에 대해 회의감이 상당한 사람이었는데 이 수업은 참 흥미로웠다.
대학에서 들은 수업을 모두 통틀어 기대감을 안고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들었던 몇 안 되는 과목이었다.
2학점에 P/F 과목(Pass or Fail)이라 사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과목이었지만 수업은 성실히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해서 듣는 수업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의지를 갖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출석률도 매우 높았고 모두 열의가 있어 보였다.
난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데일 카네기 리더십 코스를 수강한 경험이 있어서 수업 중 어디엔가 이에 관한 사실을 적은 적이 있었다.
시간이 약간 흐른 뒤 이를 기억해 주시고는 교수님이 (데일 카네기 리더십 코스를 수강한 사실이) "인상 깊었어."라고 해 주셨다.
그 말은 대학생 때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떠올리곤 했다.
'난 창업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이 인상 깊다고 말씀해 주신 사람이야.'라고 혼자 속으로 말하면서.
이렇게나 말이 중요하다.
한 번 뱉은 말은 평생 간다.
▼ 2011년 <창업의 이론과 실무> 담당 민유식 교수님을 10년 후, 창업가가 되어 2021년 여의도에서 만나 뵈었을 때.
교수님은 지금까지도 같은 과목을 맡고 계신다. :)
(퐈이팅 주먹!!)
그렇잖아도 창업가가 되어 교수님께 연락을 드릴 계획이었는데...!!
깜짝 놀랐다.
동시성이 이런 건가 싶었던 게 내가 연락을 드리려고 할 때 즈음 교수님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보았기 때문이다.
'10년 전 학생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다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라고 적으신 글이었다.
필드에 계신 분들 초청해서 생생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많이 들려주려고 애쓰셨던 민 교수님...
그 마음을 당시에도 잘 느낄 수 있었다.
https://blog.naver.com/tuna64/222388756311
해당 포스팅에 반가운 마음을 가득 안고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다.
여의도에서 실제로 만나 뵙자마자 내게 꺼내신 이야기는 바로 내가 학생 때 제출한 과제였다.
이전에 교수님께 드린 메일 기록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메일함에도)
바로 '대학생 멘토링' 관련 비즈니스 모델 리포트였다.
읽다 보면 진짜 재밌다.
민유식 교수님은 FRMS라는 미스터리 쇼핑 비즈니스를 하시는 대표님이시기도 하다.
수업을 들으면서 미스터리 쇼퍼 자격증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아래는 당시 미스터리 쇼퍼로서 활동한 뒤 제출한 과제이다.
실제로 재미있게 과제 수행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교수님께서는 10년 전에 제출한 과제를 보시더니 이 정도면 지금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하다고 해 주셨다. ^_^
미스터리 쇼퍼 교육을 이수한 덕분에 어디서든 관찰력 있게 사람과 사물을 보려고 하는 습관을 더 갖게 됐다.
창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주위를 관찰하는 능력'을 향상하게 된 것이다.
▼ 아래는 제주 디지털 노마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스타트업 베이에서 교수님을 다시 뵈었을 때.
교수님은 이곳에 출장을 오신 상황이었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다 연결이 되어있고 어떻게든 만나고, 재회하게 된다.
이를 민유식 교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얼마 전에는 발리에 코워킹 스페이스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시는 분과 나를 연결해 주고자 하시는 교수님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진선희 대표가 생각나서 그분과 나를 이어주려고 하셨다고 한다.
와, 진선희 '학생'에서 진선희 '대표'가 된 거구나.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대표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그래, 2011년 경희대 창업의 이론과 실무를 들었던 학생은 이제 한 사업체의 어엿한 대표가 되었다.
수업을 들은 뒤 10년 후에 창업가가 되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교수님을 뵙게 될까?
부디 그때도 야생에서 잘 살아남아 있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도전하고 후회를 덜 남기는 삶을 사는 대표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