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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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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Dec 31. 2023

12월 31일

정원 일기 Gardening Log





근래에 우울하거나 슬픈 날이 없었다는 걸 엄마랑 영상 통화를 하다가 깨달았다.


우리 딸이 좋아 보여서 엄마가 행복하네, 우리 딸 도파민이 펑펑 도나보다, 우리 딸 얼굴이 폈네 폈어, 이제 엄마가 마음이 놓인다, 은방울꽃처럼 터지는 엄마의 축복과 격려 아래서 한참을 자지러지게 웃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만큼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휘청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나날이다.


굵직한 인연들을 끊어내고 정리한 덕분이다.

나는 ‘내 사람’이 생기면 일상에서 수시로 그들을 떠올리는 편이다. 오랜 시간 ‘내 사람’의 범주를 정하지 않은 탓에 과하게 많은 인구가 나의 마음과 정신에 살았다. 물론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인물들이 있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본 그들을 나는 그만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더는 나의 삶에 그들을 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해방감에 웃음을 터뜨릴 만큼 나는 최선을 다했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여전히 수시로 내 사람들을 떠올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내 마음에 굳건히 남은 이들은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지어진다. 가장 고마운 점은 아무리 그들을 떠올려도 근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건강하게 나아갈 것이다.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들은 나에게 믿음과 신뢰를 선물해 주었다. 훌륭하게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애정을 교류해 주는 성숙한 영혼들에 감사한다.


엄마 역시 내 사람 중 한 명이다. 엄마와 나의 사이가 언제나 좋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성인이 되고 난 후 우리의 관계는 새롭게 시작됐다. 엄마가 오래도록 기다려주었고, 날 포기하지 않았고, 나도 다시 손을 내밀었으므로 우리는 비로소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사랑과 인내와 결단. 그것이 삶에 필요한 전부일지도 모르겠다.부디 2024년에도 풍요로운 결실이 사랑하는 이들의 내면에 가득하기를.








Fin.


* 31일이니까 글쓰자고 갑자기 제안해준 사람 덕에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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