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사람은 따스한 양달을 찾아 헤맨다. 마음 한구석이 싸늘하고 쓸쓸할 땐, 그저 온기를 나눌 넓은 가슴을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찾아가고, 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걸까? 내 말을 가만히 들어주고 때론 맞장구를 쳐 주는 사람이 좋다. 나의 푸념을 편히 들으며 공감해 주는 이가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단지 푸념 속에 사는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잠깐은 웃기려 애쓰는 사람도 필요하겠지만, 진정으로 나를 감싸줄 사람은 따로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넉넉한 가슴으로 내 작은 말을 안아줄 엄마 같은 존재를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종종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그 순간엔 말이 나를 정당화해 주고, 시원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돌아보면, 나는 그저 푸념을 반복하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푸념은 어디에서 끝나는가? 한 번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가며 산더미처럼 커져 버린다. 결국에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공허함만 가슴에 남는다. 그저 말로 푸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옳고 그르다 단정할 수 없겠지만, 삶 속에서 균형을 찾는 지혜는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용인에 좋은 강아지 놀이터가 있다기에 친구와 강아지들을 데리고 한 시간 넘게 운전해 처음 그곳을 찾아갔다.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숨겨둔 마음을 꺼내놓았다. 오래된 친구라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잘 알고 있었을까? 너무나 익숙해진 탓에 우리는 서로를 낡은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지나온 시간 속에서 분명 조금씩 변해왔을 텐데도. 오래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할까? 함부로 풀어놓은 내 이야기가 상대에게 어떤 느낌으로 남을지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란, 정말로 말할 때마다 의미가 있을까?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본다. 즐거움과 감사함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 결국 사랑도 기회도 따뜻한 햇살처럼 스며든다.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서 온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아마도 양달 같은 존재일 것이다. 내 곁에서 따뜻한 빛을 내며 향기처럼 은은히 번져가는 사람. 그 사람, 내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