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나에게 작은 주문을 건다. "오늘도 명랑하게, 오늘도 기쁘게." 커피 한 잔에 스며든 고소한 향기, 책 한 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문장들, 빗방울이 우산 위에 춤추듯 떨어지는 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 한 장. 이 작고 소소한 기쁨들이 나의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삶이 고되고 험난할 때에도, 이 순간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쁨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인지 모른다.
왜일까? 누구에게나 오르내리는 험한 산과, 깊이 가라앉는 파도를 건너야 할 때가 있다. 오랜 인내와 고뇌로 쌓아 올린 인생이 결국 얼굴의 주름과 깊은 골로만 남는다면, 얼마나 공허할까. 그래서 나는 웃고 싶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단지 미신이 아니라, 나에게는 작은 방패와 같다. 계산할 필요 없는 공짜의 행복, 무한대로 주문 가능한 기쁨이 나의 삶을 채우길 바란다.
돌아보면,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단단해졌다. 신혼 시절 시골집을 팔며 속았던 일, 급한 이사 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은 나를 삐뚤어지게 만들기보다는, 더 부드럽고 강한 사람으로 다듬어주었다.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처럼, 세상의 풍파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서 있는 법을 배웠다.
나이가 들며 인내심이 바닥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암과 싸우는 언니를 보며 배웠다.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내가 잘 살아가는 모습뿐. 그래서 나는 슬픔과 걱정을 마음 깊숙이 묻고, 그 자양분으로 나를 지켜낸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주어지는 기회. 그 속에서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상을 떠날 때, 내 속마음이 단지 민들레처럼 가볍고 은은한 향기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내 외형의 밝음과 그 향기가 위선이라 해도 상관없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기에, 나는 기쁘고 명랑하게 행동하며 나와 세상에 대한 도리를 다할 것이다. 세상은 속과 겉의 차이를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기를 원하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설령 속은 조금 무너질지라도, 나의 향기는 샤넬 넘버 5처럼, 그보다 더 달콤하게 너에게 전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