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정말 내 손으로 책임지고 있는가?”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종종 일상 속에서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환경 탓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한평생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가꿔온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도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고민하게 된다.
얼마 전, 참새방앗간 부동산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매장 문이 열리며 소녀 같은 목소리와 함께 한 분이 들어섰다. 70을 바라보는 나이라기에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얼굴이었다. 나이 든 사람이 보통 가지고 있는 주름도, 묵직한 삶의 무게도 그녀에게는 없었다. 마치 청춘을 빌려 입고 나온 사람처럼 생기가 넘쳤다.
그녀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매일 산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관리한다고 했다. "나 하나쯤은 내가 챙겨야지." 단순하고 담백한 말이었다. 한평생 우리나라 곳곳의 산을 오르며 그중 지리산 노고단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때 그녀의 얼굴에 생동감이 가득했다. 노고단을 기념하기 위해 산 능선에서 사진을 찍던 중, 지리산 구석구석에 걸려 있는 ‘지리산반달곰을 방사하여 관리하는 중이니 조심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떠올렸다. "설마 내가 곰을 만나겠어?" 생각하며 여유롭게 산행을 하던 그녀는 등 뒤에 곰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산행 도중 그 광경을 발견한 지나가는 사람이 급히 귀띔해 준 덕분에 곰과의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웃음 섞인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건강 관리 이상이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태도가 그녀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한평생 지켜온 자신만의 신념이 삶의 곳곳에서 묻어났다.
나는 그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과연 내 삶을 스스로 가꾸며 살고 있는가? 그녀가 매일 산을 오르는 행위는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주인이 되려는 의지, 나를 내 손으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이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게 기대는 것이 편리해지고, 환경의 탓으로 돌리기 쉬워진다. 그러나 그녀는 그 반대로, 나이를 무기로 삼아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산행 권유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 하려는 노력”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결국 삶은 나 자신을 책임지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말처럼, 나는 내 삶의 짐을 나 스스로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노고단의 푸른 능선을 걷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가보아야 할 삶의 길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