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타미 Mar 21. 2023

노마드로 살고 있습니다. 회사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디지털 노마드도 결국은 일의 기쁨과 슬픔 속에 산다.



퇴사를 하고 5개월 가량 지났다.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마 '디지털 노마드'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살고 있을 것이다. 일어나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자유롭고, 출퇴근도 따로 없다. 말 그대로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란 단어는 많은 환상을 내포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며 일을 하고, 회사에 귀속되지 않는 삶. 단순히 그런 이미지만이 디지털 노마드의 전부는 아니다. 분명한 건 디지털 노마드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일의 기쁨과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도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의 연락에 한숨이 푹 쉬어질 때도 있고, 마감일 때문에 발을 동동 굴리며 일을 할 때도 있고, 바다를 보면서 일을 하다 오히려 되려 우울해지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연락 시간이나 쉬는 날을 딱히 정해 놓지 않아 업무가 과중되는 것도 모른 체로 계속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절대로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바짝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이 들어오는 것을 닥치는 대로 받아서 했더니 차라리 회사에서 일을 하는게 쉬었다 싶었다.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일을 할거면 차라리 회사를 다니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나에게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게 훨씬 쉬었고, 노마드로 일을 하는게 오히려 버거웠다.



회사에서는 사고를 쳐도 결국 끝장의 책임은 내가 아닌 보스에게 있다. 하지만 노마드가 된 이후로 모든 책임은 나의 것이다. 그 막중한 부담감과 내가 벌려 놓은 과도한 업무에도 나는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이제 추호도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의 형태는 내가 삶에서 지향하는 요소들을 가장 많이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자유다. 자유는 단순히 예쁜 카페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선택에 대한 자유다. 내가 일할 곳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 내가 일을 시작하고 싶은 시간에 시작할 수 있고, 끝내고 싶은 시간에 끝낼 수 있다는 선택에 대한 자유다. 



궁극적으로 나는 자유, 그러니까 선택의 자유를 갈망해왔다. 노트북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을 위해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지 않을 자유. 오늘은 쉬고 내일은 일할 자유. 주말에는 일하고 평일에는 쉬어도 되는 자유.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나를 자유롭게 한다. 운이 좋게도 좋은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며 안정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자금의 여력이 생기고, 일을 또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내가 클라이언트를 어느 정도는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자유를 얻은 듯 하다. 




건강한 회사 생활이 나를 디지털 노마드로 만들었다



자유를 항상 갈망했고, 그 자유의 형태에 가까워진 삶을 살면서 다시는 회사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의 발판이 바로 회사였다. 



건강한 회사 생활이 나를 디지털 노마드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너무도 중요한 이야기라 나중에 차차 풀기로 하고 간략하게 말하자면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 능력을 인정받고 많이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가 팔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서 회사를 나와야 한다. 내가 팔 수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없는 회사를 다니는 것은 단순히 돈벌이가 될지는 몰라도 미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서 정말 나는 스스로 자부할만큼 열심히 일을 했고, 또 나름 인정도 받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 자유는 달콤하나 책임은 서늘하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유는 달콤하나, 책임은 서늘하다."



그 달콤하고 서늘한 삶에 대한 디지털 노마드의 기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