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연 본연의 맛을 그대로 음미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요리를 할 때는 되도록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지요. 하지만 파와 마늘의 경우, 열을 내는 성질이 강하여 몸이 냉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약도 됩니다. 저 또한 파와 마늘을 어느 순간부터 약으로 삼아 먹기 시작했고, 요리의 부가적인 재료로 사용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에서는 대부분 부가적인 재료가 아닌 주재료만으로 맛을 내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간단한 시금치무침의 경우 일부에서는 대파와 마늘을 다져 소량씩 넣곤 하는데 맛은 있을지언정 주인공인 시금치가 맛에서 소외되어 버리지요. 그렇기에 음식이든 사람이든 어우러짐이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너무나 잘나게 타고난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합니다. 혹은 자체적인 맛이 너무나 강해 다른 것과 융화되는 것이 오히려 민폐인 나물도 있고요.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같은 동업을 지닌 사람끼리 동시대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상부상조하며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듯해요. 오히려 그 어우러짐 속에 낱낱의 진가가 드러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표고버섯이 그러합니다. 표고버섯은 혼자만 있을 때 굉장히 강한 성질을 띄는데 그만큼 좋은 성분 또한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단지 칼로리가 낮다 하여 다이어트 식품으로만 섭취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아이지요. 평소 면역력이 약하여 제대로 된 음식 섭취를 하지 못했었던 저는 20대 초반 영양이 부실하다는 의사의 소견 따라 걸핏하면 영양제를 투여하기 일쑤였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한약으로 다스리기도 했었지만 한약은 보조역할을 할 뿐 결국 몸 전체를 개선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반면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제가 경험했던 바입니다. 표고버섯은 이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도 충분히 저항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어 면역력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거예요. 특히 비타민d가 부족했었던 제게는 더없이 좋은 아이였는데 이러한 성분이 조금씩 들어있었기 때문에 뼈의 건강에도 탁월함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영양 부실 판정을 받았었던 때에 저는 콜레스테롤 수치마저 너무 낮아 식습관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뼈에도 지장이 갈 것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던 터였습니다. 그랬기에 음식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섭취하고자 노력을 했으며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 넘치면 해로움이 뒤따르기 마련이기에 저는 한 번에 모든 것을 섭취하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이 건강이든 명예든 되도록 중도를 지켜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듯합니다.
이러한 표고버섯은 혼자만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강할 뿐만 아니라 생긴 것도 결코 부드럽지 못했습니다. 봄에 종자 균을 심어 버섯이 자라 하나씩 딸 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고 아이들도 하나같이 사랑스러운데 말린다고 늘어놓으면 점점 험상궂어져 갑니다. 연한 밤색의 버섯은 점점 시꺼멓고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건조된 표고는 그 향과 맛이 더욱 강한 것처럼 느껴지고요. 그러나 이러한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일부러 요리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표고버섯의 역함 때문에 섭취하기는 힘들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먹고자 한다면 표고버섯전으로 고기전을 먹는 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부가적인 파나 양파와 같은 재료를 섞지 않아야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표고버섯은 다른 것과 어우러지는 것도 좋지만, 돋보이기 위해 혼자만의 요리를 해도 그 진가가 충분히 살아납니다. 이게 표고버섯만이 지닐 수 있는 어우러짐이지요. 또 생표고를 구하기 힘든 계절에는 건표고버섯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데 요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계란이나 두부와도 같은 부재료도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힌답니다.
먼저 건표고는 자박자박하게 물에 담가 불려놓습니다. 그렇게 다 불려진 표고버섯은 물기를 적당히 짜내어 도마 위에 두는데, 이때 표고버섯 우린 물과 짜낸 물은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또한 부침전을 하기 전 표고버섯은 슬라이스 채를 썰고 소금 간은 아주 연하게 한 상태에서 밀가루를 그대로 버섯과 무칩니다. 이때 밀가루를 따로 물에 개는 것이 아니라 나물을 무치듯 살살 아기 다루듯 무쳐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나 분명 뻑뻑할 것이기에 앞서 표고버섯 우린 물을 조금씩 넣어주며 물기가 조금 생성되면 그때 팬에 식용유를 둘러 굽기 시작합니다. 특히 구울 때는 한 숟가락씩 떠서 넣어주면 굽기 수월하답니다.
이렇게 표고버섯을 구우면 굳이 계란을 넣지 않아도 양파나 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굳이 부침가루를 이용하지 않아야 표고 자체의 고급스러운 향을 음미할 수 있고요. 사실 오신채에 해당하는 부추나 달래 파와 마늘 양파 모두 그 향과 맛이 강해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을 느끼게 되면 자연의 맛을 더 그리워하며 찾게 됩니다. 특히 나물을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식습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우러짐의 개념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 잘 엮어 융화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통하지만, 때론 혼자만 있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 또한 선의의 어우러짐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