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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춤에 춤추는에세이스트
Jun 19. 2024
인연은 그렇게 소리도 없이 찾아온다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169일째
말라가에서
핸드폰을 도둑맞고
돈은 다 떨어져가고
조급해지는 마음에 어떻게든 빨리 일을 시작해야겠단 생각에
에이전시에서 제안해오는 이런저런 일자리 제안에
마음에 들지 않아 신청하지 않거나,
마요르카에 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결국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
그란 카나리아에 와서
입사 동기인 동료가 양성애자라서
그 친구를 따라 이 곳에 제일 큰 게이 프라이드 축제를 가게 되서
수천명의 게이 인파속에 거의 내가 유일한 이성애자같아
적당히 축제가 질려가고
피곤해서 친구에게 5분안에 내 마음에 드는 잘생긴 남자 안 나타나면
나 혼자 집에 갈테니까 너 알아서 남겠으면 남으라고 했던 순간에
딱 그 5분안에 눈앞에 나타난 남자애가 이성애자여서
서로 눈만 몇번 마주치고 먼저 다가가지 못 하다가
내 손목을 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게 한 그 애랑
한달이 넘게 만나고 있다.
그 애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1살즈음까지 만나본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40명즘 되는 세계 각국의 남자들중에
제일 나와 잘 맞는다.
왜 사랑을 하기 전에 나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먼저 깊으면 깊을수록
관계가 더 편안할 수 있는지
성숙한 상태에서 나의 지난 과정을 알아봐주고 높이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게 얼마나 나 자신을 흐뭇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정말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앞서 언급한
4
0명은
적어도 4시간 이상의 단둘이 이성으로서 데이트를 해본 사람,
잠자리를 가져본 사람,
연애를 해본 사람을 포함한 숫자이고
그 외에도 연애감정을 느끼지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면밀히 깊이 알게된 남자사람들을 포함하면
단연코 나는 한국사회에 태어나고 자란 이들치곤 인간관계가 정말 넓고
정말 다양한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만나
온갖 사건사고와 볼꼴 못볼꼴을 겪어본 인간으로서
이 정도 온전하고, 귀가 열려있어 늘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나도 몰랐던 나의 좋은 점들을 늘 발견하고 표현해주고
작은 오해나 실수가 있을 때마다 온전히 소통이 될때까지
나의 부족한 스페인어 그의 부족한 영어 모든걸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들에서
물론 만난지 한달밖에 안됐으니 더 오랜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겪어보면 이 사람이 진정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탄로나기 마련이다.
요즘 25살이 이후로 느껴본 적 없는 기분좋고 설레는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 모든 인연과 운의 흐름에 실로 놀라움을 느끼며
미래가 어찌되든 지금 이순간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됨에 감사하고
연애에 빠져.. 글도 콘텐츠도 춤도 안중에 없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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