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연은 그렇게 소리도 없이 찾아온다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169일째

말라가에서 핸드폰을 도둑맞고

돈은 다 떨어져가고

조급해지는 마음에 어떻게든 빨리 일을 시작해야겠단 생각에

에이전시에서 제안해오는 이런저런 일자리 제안에

마음에 들지 않아 신청하지 않거나,

마요르카에 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결국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

그란 카나리아에 와서

입사 동기인 동료가 양성애자라서

그 친구를 따라 이 곳에 제일 큰 게이 프라이드 축제를 가게 되서

수천명의 게이 인파속에 거의 내가 유일한 이성애자같아

적당히 축제가 질려가고 피곤해서 친구에게 5분안에 내 마음에 드는 잘생긴 남자 안 나타나면

나 혼자 집에 갈테니까 너 알아서 남겠으면 남으라고 했던 순간에

딱 그 5분안에 눈앞에 나타난 남자애가 이성애자여서

서로 눈만 몇번 마주치고 먼저 다가가지 못 하다가

내 손목을 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게 한 그 애랑 한달이 넘게 만나고 있다.


그 애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1살즈음까지 만나본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40명즘 되는 세계 각국의 남자들중에

제일 나와 잘 맞는다.

왜 사랑을 하기 전에 나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먼저 깊으면 깊을수록

관계가 더 편안할 수 있는지

성숙한 상태에서 나의 지난 과정을 알아봐주고 높이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게 얼마나 나 자신을 흐뭇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정말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앞서 언급한 40명은

적어도 4시간 이상의 단둘이 이성으로서 데이트를 해본 사람,

잠자리를 가져본 사람,

연애를 해본 사람을 포함한 숫자이고

그 외에도 연애감정을 느끼지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면밀히 깊이 알게된 남자사람들을 포함하면

단연코 나는 한국사회에 태어나고 자란 이들치곤 인간관계가 정말 넓고

정말 다양한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만나

온갖 사건사고와 볼꼴 못볼꼴을 겪어본 인간으로서


이 정도 온전하고, 귀가 열려있어 늘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나도 몰랐던 나의 좋은 점들을 늘 발견하고 표현해주고

작은 오해나 실수가 있을 때마다 온전히 소통이 될때까지

나의 부족한 스페인어 그의 부족한 영어 모든걸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들에서

물론 만난지 한달밖에 안됐으니 더 오랜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겪어보면 이 사람이 진정성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탄로나기 마련이다.


요즘 25살이 이후로 느껴본 적 없는 기분좋고 설레는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 모든 인연과 운의 흐름에 실로 놀라움을 느끼며

미래가 어찌되든 지금 이순간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됨에 감사하고

연애에 빠져.. 글도 콘텐츠도 춤도 안중에 없는 요즘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