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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카나리아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243일째

감정이 북받치는 밤이다.

좀 더 있을걸 그랬나. 조금만 더 버티면 조금만 더 있으면 내 솔로공연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을 좀더 견디고 버텨볼걸 그랬나



갑자기 후회가 되고 내가 한 선택이 정말 맞는 선택일까 모르겠고

그저 2달을 지내러 가기에 마요르카가 정말 가치가 있는 선택인지 내가 그걸 가치있는 선택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고



여기서 했던 경험들이 다 재밌고 다 좋았던건 아니지만

끝날 때가 되니 갑자기 그냥 다 감사하고 좋았던 것들이 참 크게 느껴지고

내가 6개월을 다 버텨냈어야했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스페인에 와서 떠나기를 선택할때마다 한번도 예상대로 됐던 적도 없었고 예상조차 못 했었고

모든게 너무 갑작스럽게 펼쳐지기도 했었다.


고민은 한참이지만 결정은 순식간이었고

그렇게 아는 사람 한명없는 곳으로 떠날때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마음 기댈 곳이 있을까?


많이 외롭고 힘들텐데 그 시간들을 또 어떻게 견딜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러나 그와중에도 늘 정말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사랑에 빠지고 실연에 아픔도 겪고

그 와중에도 나를 지지하고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을 만났고

그들의 사랑으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또 버텨냈고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었다.



"넌 정말 좋은 아이야. 정말 재밌는 휴머를 가졌고 어딜가도 너의 행복을 빌어."



그냥 전남자친구에 대한 기억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 잊고 멀리 가서 마음의 치유를 하고 싶어서 내린 선택이기도 했고

그란 카나리아에 나무 한자루 보기 힘든 사막같은 자연환경이 싫기도 했고

호텔에서 반복하는 일과 공연이 너무 지루하고 싫기도 했다.



물론 그것들이 마지막에 공연을 하니 

리허설할때 조금씩 안무를 수정해서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버라이어티쇼에서 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수도 있고

조금더 같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 안무가는 자기 일을 그만두고

그 누군가의 빈자리에 내가 안무가로 남을 수도 있고

기존에 하고 있는 공연들에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재미를 더할수도 있다.



그니까 결국 떠나냐 남느냐가 정말 큰 선택이고 힘든 선택이지만

어딜가도 어떤 일을 해도 그 일을 어떻게 최선의 선택과 재미로 만들어낼 것이냐는

늘 그 순간에 집중하는 힘에 달려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더 먼 곳을 향해가고 싶고,

더 높이 날고 싶고,

더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고,

그래서 금방 싫증도 잘 느끼고

자꾸 환경과 상황을 바꿔내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머물기를 선택하고 떠나기를 두려워하기에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단 늘 갈망하는 것은 내가 가진 강점이자,

살려쓰면 특별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딜가도 결국 그 곳의 일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지루함도 금방 느끼고 지루함이 느껴지면

또 금방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정들었던 이들과 작별하며

생각해본다.

결국 행복과 즐거움은 지금 이순간 내가 있는 곳에서 느끼고 찾아내야하는 일이라는 걸.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하고, 나와 함께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어딜가도 어디서도 반드시 힘든 일이 있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나 인연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어딜가도 맘에 드는 점 맘에 안 드는 점이 있고

그건 상황이 바뀌면 반드시 놓치게 되는 점과 더 얻게 되는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섬세히 살펴보고 깊이 생각하며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시공간속에서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게 행복할까? 

어떤 것에서 더욱 자기효능감을 느낄까?


찾아내는 것들 그 모든 시도들과 여행들은 결


아주아주 쓸모있는

아주아주 필요한

아주아주 중요한


정말정말 나를 위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홀로남음, 다시 혼자가 됨, 외로움, 결핍들을 껴안고서라도

이 모든 시도들은 반드시 살아낼만한 가치가 있고

나를 더욱 나답고 고유하게 만든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에게 손 흔들어주던 다니와 자니나의 눈빛과 몸짓

크리스, 마테오, 사라, 이케르, 할아버지, 이모..

마지막에 나를 안아주고 어딜가도 너의 행복과 행운을 빈다고

말해주는 이들과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 작고 좆같았던 일들이 그냥 다 괜찮을 만큼 다 견뎌낼 수 있을만큼

내가 극복해낸 점이 정말 많았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예전엔 정색하고 질색했던 나를 향한 농담들과 문화차이를

웃어 넘기더 과한 유머로 되받아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아졌다.

손뼉을 마주치듯이 말이다.


다만 정말 바꿀 수 없는 상황들,

이미 이곳에 펼쳐진 자연환경이라든가

호텔의 근무환경이라든가

남자친구와 부딪쳤던 문제점들같은


정말 내 마음에 들면 좋겠지만.. 나와 잘 맞으면 좋겠지만..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역시 나밖에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밖에 없는데

내 마음을 바꿈으로서 살고 싶은 상황인지

내 마음을 바꿔도 살고싶지 않은 환경인

살펴보고 어디를 향해갈지 선택할 수 있겠지.



그 과정에 겪게 되는 이 수많은 외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들은

그저 파도처럼 빗물처럼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살아가려한다.


지금 겪는 이 외로움과 통증은 또 새로운 항해를 떠나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많이

내려놓아지고 후련해질 부분이다.


그러니 이젠 그만 그란 카나리아와 안녕하고,

마요르카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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