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학교 청소년" 이라고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를까?
학교 부적응
자퇴
퇴학
혹은 학폭피해자
나는 학교생활내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에 의구심을 품은 부모님의
권유로 "탈학교 청소년"이 되었다.
홈스쿨링이란?
취학 연령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를 포함한 교육자가 가정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대안적 교육 방식.
학교와 달리 개인의 필요에 맞는 더 비공식적이고
개인화된 교육이 가능.
그렇다.
내가 홈스쿨을 시작했던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소한 단어.
학교공부 대신 스스로 원하는 것을 공부하기를 선택하는
자발적 대안교육방식.
나는 한국의 1세대 홈스쿨러이다.
나의 윗세대인 40대 분들중에
자발적 대안교육을 시작하신 분들과 커뮤니티가 있는진 모르겠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나를 1세대라 칭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학교 교육을 중학교 졸업으로 마쳤던 2008년도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거의 전국에 유일했던 홈스쿨링 네트워크 "학교너머" 라는 곳을 만났을때
워낙 특이한 커뮤니티이고
대안교육 쪽 판이 워낙 마이너리티하고 좁다보니
전국에서 다 서로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때 당시엔 내가 거의 홈스쿨링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선택한 첫 세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보다 먼저 홈스쿨링을 시작한 분들중에
딱 한분 이제 막 40살즘 되었을 언니가 생각나는데
그때 당시는 진짜 자신과 같은 홈스쿨링을 하는 또래들이 없었어서
네트워크나 커뮤니티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다행히도 2008년도 당시에 홈스쿨러 커뮤니티가 있었다.
그 곳에서 전국 각지에 흩어져사는 홈스쿨러 또래 친구들을 만났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도 아이들에게 자발적 대안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들이 본인만이 유일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셨고,
아이가 혼자 집에서 고립되지 않을 수 있고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발견하셨을때
고민없이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말 것을 통보 겸 권유하신 것 같다.
그 홈스쿨링 네트워크에서는 한달에 1번씩
캠프가 열렸다.
매달 늘 다른 주제였다.
어떤 달은 연극강사님들을 초빙해서 7박8일간 팀을 나눠
연극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 공연했다.
어떤 달은 사회인문 캠프로 5박6일간
세계의 사회구조, 자본주의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로 많이 짧게는 10박11일, 길게는 15박 16일씩
강줄기를 따라 도보여행을 했다.
한강, 낙동강, 섬진강..
한국의 강이란 강은 다 걸어본 것 같다.
강의 발원지인 산속 잔은 우물부터
계곡물이 시냇물되고, 강물이 되고, 언젠가
바다와 만날 때까지
그 강변을 따라 하루에 20km~33km 까지
구간을 나눠서 매일 조금씩 걸었다.
그래서 강의 길이에 따라 도보캠프의 날짜들도 매달 변경돼었다.
인솔선생님이 한분 계셨고,
스텝으로 일하는 몇살 더 많은 언니오빠들이 있었고,
참가하러 온 친구들은 늘 20명~3명 남짓 되었다.
스타렉스 하나에 남자/여자 텐트 나워 싣고,
그 도보여행기간동안 밥해먹을 대형 전기밥솥과 국끓일 솥 두개를 싣고,
잠은 무조건 늘 밖에서 해결했고
도보여행중에 우연히 운좋게
마을회관이나 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잘 수 있게 허락해주시면 하루,이틀 정도는 정말 편안하게
머리도 감고 실내에서 잠을 잤다.
그 외에는 무조건 야외 텐트취침이었어서
씻을 곳이 없고, 대소변도 자연속에서 해결하던 날도 많았다.
11월, 3월 이런 때에 공중화장실 수도꼭지에
찬물 밖에 안 나오는데 머리를 감은 적도 많다.
그것마저도 3-4일 만에 한번 씻을까 말까한거라
감지덕지했다.
야외 취침과 도보행군은 비가 와도 늘 계속 됐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텐트안에서
물이 새는 곳을 좀 피해서 잤고,
다 당연하다는 듯 집에서 하나씩 가져온
비옷을 꺼내입고 걸었다.
정말 조르바가 따로 없었다.
홈스쿨링을 했던 16살~22살까지
참 우여곡절도 많고,
희안한 경험들도 많았는데
오늘은 홈스쿨링에 대한 짧은 전개만 전해본다.
그 캠프를 가지않았던 시간에
나는 부모님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혼자 어떤 공부를 하며 보냈는지는
또 한편 한편 기록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