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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물결 Jun 06. 2020

C의 시선, 그럴 수도 있다



울트라맥스를 처음 썼던 건 작년 여름 마카오 여행이었다. 조금씩 티끌 모으듯이 한 롤 한 롤 모아두었던 울트라맥스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었다. 많은 사람들이 울트라맥스의 색감이 좋다길래 기대를 많이 했고 현상된 사진을 보고 깨달았다. '아 난 비주류구나.' 울트라맥스는 내 취향이 아니었고 괜히 비싼 필름 샀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없어서 아쉬웠다. 믿었던 필름의 배신 아닌 배신이었다.


필름을 맡기러 현상소 가는 길 노을이 참 예쁘던 날이었다. 챙겨 나왔던 필름을 다 써서 현상소에서 급하게 울트라맥스를 샀다. 눈으로 담는 노을이 너무 예쁜데, 휴대폰으로 담는 필름도 예쁜데 과연 울트라맥스가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의 상태로 셔터를 눌렀다.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추억이라며 합리화를 하면서.



#눈부시게_아름다운

필름을 현상했고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고작 10롤도 안되는 적은 경험으로 이 멋진 색감을 담아내는 필름을 무시했다니. 울트라맥스가 이렇게 멋지게 노을을 담아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가질 줄 몰랐다.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장점이 없는 것은 없다고.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다고. 뭣도 아닌 아주 적은 경험으로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나지만 나 조차도 잘하는 거 하나쯤 있을 거라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평범함이 누군가에겐 특별함으로 느껴지는, 그런 때가 있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camera : Leica minizoom

film : Kodak ultrama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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