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쉬고 있던 나 . 노는 것이 심심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자료조사하고 원고를 쓰고 편집도 하고 CG도 만들고 마지막에 음악이랑 효과음까지 깔면서 나 스스로 오롯이 다 해낼 수 있다는 거에 만족감을 느낀다. 친구들에게 농담삼아 나도 모르는 새에 유튜브가 잘 되어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근근이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잘 되면 더 좋겠지만…) 가끔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내 영상을 본다거나 댓글로 싸우는(?) 걸 보면서 뿌듯한 건 덤이다.
2.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디지털 디톡스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핸드폰을 끄고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본다. 핸드폰을 끄고 TV로 넷플릭스를 튼다. 이렇게 새로 나온 드라마, 예능 다 섭렵했다. 디지털 디톡스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3. 최근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다..라는 표현은 좀 거창할 정도로 이제 겨우 알파벳을 뗐다.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나오는 순간 아 이거 뭐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한 달이라도 열심히 해봐야겠다. 지금까지 배운 단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petit à petit.
4.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를 보러 필름포럼에 갔다. 오직 우리 둘뿐이었다. 아 이것이 독립영화의 한계인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일본어가 나오고 한국어 자막이 나왔다. ???? 이게 뭐지 광고인가? 예고인가?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직원분이 들어와서 영화가 잘못 상영됐다고 했다. 마치 독립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순간이었다. 별거 아닌 하루를 재밌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죄송하다며 초대권도 선물로 받았다. 값진 추억을 선물 받았다.
5. 포켓몬고 반짝반짝 프렌드인 D가 까만 리자몽(특별한 거,,,) 교환하자고 해서 트레이드했더니 나한테 돌아온 건 cp 125 짜리였다. 나한테 똥을 줬다.
6. 능소화는 업신여기다 능에 하늘 소를 쓴다.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라는 뜻이다. 누군가 그랬다. 능소화는 하늘이 아무리 비가 내리고 더워봐라, 나는 꽃을 피우리라, 라는 의미라고. 거리에 은행이 다 떨어졌는데 아직도 능소화가 피어있다. 언제까지 하늘을 업신여길 셈일까. 언제까지 더울 셈인가.
7. 아 이제 진짜 그만 놀고 얼른 다음 회차 편집이나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