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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싶은 순간들

2025년 8월 13일 수요일의 기록

by 그라데이션

회의에서 문제없이 제안이 통과될 때의 짜릿함


직장인들이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순간들을 생각해 보니 의외로 작은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내가 열심히 작성해 간 기획서를 별다른 피드백 없이 이해하고 진행하겠다고 정해지는 순간이 가장 기쁘다. 특히 처음에 리뷰를 받을 때는 "이게 맞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네요. 이 방향으로 진행해 보죠"라는 피드백이 돌아올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한 방향이 옳았다는 확신과 함께 제품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이 동시에 온다.


이런 순간은 단순히 아이디어가 좋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 줬다는 의미가 크다. 회의에서 발언하기 전까지는 "혹시 이상한 소리는 아닐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텐데" 같은 자기 의심이 든다. 하지만 동료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실제로 그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되면, 내 판단력과 사고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또한 팀 내에서 내 목소리가 의미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런 작은 성공 경험들이 쌓이면서 점점 더 자신 있게 의견을 내게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검색으로도 안 나오는 문제를 뚫어냈을 때


복잡한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크다. 특히 검색해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막막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서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의 기분은 정말 짜릿하다. 마치 어려운 퍼즐을 맞춘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이런 경험은 내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크게 높여준다.


특히 PM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자주 온다. 개발팀과 디자인팀 사이의 의견 충돌, 예상치 못한 기술적 이슈, 일정 조정 문제 등 정해진 매뉴얼이 없는 복잡한 상황들을 마주한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서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요청했지만, 점점 스스로 해결하는 비율이 늘어난다. 혼자 고민하고 분석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성장을 느낀다. 물론 모든 해결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더 복잡한 문제에도 겁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인정을 받을 때의 뿌듯함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느끼는 성장감은 또 다른 형태의 자기 효능감이다. 예전에는 나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이제는 동료에게 조언해 줄 수 있을 만큼 경험이 쌓였다는 뜻이다. 특히 내가 예전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가 겪지 않도록 미리 알려줄 수 있을 때 뿌듯함이 크다. "이렇게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같은 실용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 물론 지금은 이직을 하고 조직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쌓아가야 할 것들이 많지만 말이다.


또, 작은 성과라도 인정받았을 때의 기분은 정말 특별하다. 거창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에서 조금 더 잘했을 때 받는 피드백이 오히려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번 기획서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덕분에 회의가 훨씬 효율적이었어요" 같은 한 마디가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만든다. 특히 평소에 칭찬을 자주 하지 않는 상사가 인정해 줄 때는 그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과 함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긴다.


이런 순간들이 중요한 이유는 직장 생활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거나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일이라서 개인의 기여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또한 성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사나 동료의 작은 인정 한 마디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피드백은 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주고,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또한 자존감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을 통해 인정받는 경험이 쌓이면서 전반적인 자신감도 높아진다.




신입 때 하루 종일 걸렸던 일을 1시간 만에


예전에 어려웠던 일이 쉬워졌다고 느끼는 순간은 가장 명확한 성장의 지표다. 신입 때는 간단한 보고서 하나 작성하는 데도 하루 종일 걸렸다.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어떤 형식으로 작성해야 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하나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슷한 보고서를 1시간 만에 작성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체감할 때 "내가 정말 많이 늘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작업 속도가 빨라진 것이 아니라, 핵심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의미다.


이런 성장은 일상적인 업무에서 자주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복잡하게 생각했던 문제들이 이제는 단순하게 정리된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봐야 했던 일들이 이제는 최적의 방법을 바로 찾을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던 일들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객관적인 역량 향상의 증거다. 특히 같은 종류의 업무를 반복할 때 이런 성장을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예전에 했던 프로젝트와 비슷한 일을 할 때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내 경험치가 쌓였다는 걸 실감한다. 이런 성장의 실감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직장인들이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순간들을 돌아보니 대부분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이었다. 거창한 성취보다는 작은 인정, 복잡한 프로젝트보다는 개인적인 성장의 실감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더 도전적인 일에도 자신 있게 임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작은 성취들을 놓치지 않고 인식하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성장과 기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지속적인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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