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먹는 거지
언젠가 오늘 같은 마음으로 포스타입 계정을 만들었던 적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언제고 어떤 계정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아마 계정을 지웠을 수도 있겠다. 오늘은 해외에서 가입을 해서인지 무엇인지 구글로 계정을 만들고 난 다음에 그 어떤 일반적인 한국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정보도 묻지 않았다. 아마 성인인증 콘텐츠를 보고 싶어 질 때에야 그런 정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재작년에도 미디엄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폰트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몇 자 끄적거리다가 그만둔 게 전부다. 언젠가부터 긴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게 되었다. 시간이 없는 것도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쓸모인 사람이 된 지 오래다.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혼자 떠드는 것과 다름없는 어중간한 대화들과 트위터가 전부이고, 평생을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과 같이 이만큼이나 고립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잘하지도 못했던 영어는 오히려 여기 온 이후로 더 줄어든 것만 같다. 사회에 발을 내딛으며 겨우 가졌던 이제 무엇을 정말로 만들어내거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 많이 희석되어서인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계속 계획적이게 된다. 최종적으로 어떤 것을 목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무엇을 성취해 낼 것 인가에 대한 생각을 너무 과하게 많이 그리고 구체적이지도 않게 하게 되어서 괜히 고통받기보다 그냥 시작하는데 더 익숙해져야겠다고 약간의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트위터만 하다 보니 이만치 긴 글조차 약간 부담으로 느껴진다. 트친들의 권유로 뭐라도 해볼까 그게 내 일이 될까 했던 마음에 요란하지 않게 시작하려고 하는데,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묵히지 못하고 바로바로 내뱉어버리는 게 요 몇 년의 습관이 돼서 그런지 원래도 잘 못했던 말 같은 말을 해보려고 애를 쓴다. 지식적인 부분에서도 조각조각 아는 것들을 어떻게든 이어 붙이려고 애를 쓰는 중이라, 과하지 않은 한도 안에서 읽고 정리하고 만든 내용을 쓸 것이다. 있던 책도 다시 읽고 새로 책도 몇 권 샀다. 아마도 당분간은 트위터에 떠도는 매일의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형태와 어제 - 언젠가의 어제에 - 먹은 것들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연구자도 아니고 현업에 종사하거나 경력이 있는 사람도 아닌 데다가 지금은 완전 백수이며, 입도 짧고 취향도 편협하고 쓸데없는 고집이 세고 말을 곱게 하는 취미가 없기 때문에 아마 고소를 당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으로 오래도록 음식에 대한 글을 쓰거나 어떤 가게에 대한 평가를 기록이 남는 매체에다가 하는 것을 자제해 왔는데, (공교롭게도 내 발언의 성격에 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 그런 배경을 공유하는) 모 평론가가 이렇게 말하면 죄송하지만 몇 년째 어그로를... 끌고 계시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다... 하하
요즘은 옛날보다 공부하기도 쉽고 많이 배운 사람도 흔하고 또 의견을 주고받을 창구도 많아서, 언제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더 배울 구석이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현실은 단편적이라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른 것들만 한 가득이다. 그냥 시작하고 원색적인 욕으로만 끝내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한다. 어쩌나 저쩌나 열심히 배워서 맛없는 건 피하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2020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