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쩨이 Jan 18. 2021

미혼, 무직의 30대 : 비상구석이 싫은 꼰대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국제선 비행기를 타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재작년에는 한국 가는 병 중증 환자로 2개월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비행기를 탔었는데..

좋았던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얼마나 찬란하고 소중했었는지 깨닫는 건 만고불면의 진리인가 보다.


각설하고, 비행기를 타다 보면 가끔 항공사가 서비스라는 느낌으로 비상구석으로 자리를 안내해줄 때가 있다.

아마 나름의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앉은 상태로 앞자리에 무릎이 한 뼘은 떨어져 있는 단신에 최소화된 기내용 짐과 비행시간이 2시간 미만의 루트를 다니는 내게는 창문이 작고 앞자리에 붙어있는 모니터가 없는 비상구석이 선호 좌석은 아니다.

몇 번 비상구 좌석을 타고나서는 왜요?라고 물으며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내 배려가 타인에게도 배려로 와 닿지 않을 가능성, 이래서 인간관계가 어려운 거 같다.


어느새 실험실에서 배우는 입장보다 가르치는 입장에 더 치중된 위치가 되었는데, 꼬맹이들을 가르칠수록 제대로 배려를 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라고 쓰고 있지만 사실 내가 가르치는 스타일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욱하기도 하고

내가 가르쳐주고 있는데 굳이 다른 데 가서 묻고 있으면 또 욱하고

또 욱한 자신에게 나는 왜 이럴까 욱하는 중.

좀 덜 욱할 만큼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면 타인의 배려를 한번 정도 더 고찰해 비상구 좌석도 감사히 받게 될까.


일단 적어도 비상구석이 어떤지 타인에게 제대로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손편지를 쓴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