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나라 사람이니?
Third Culture Kids, TCKs(제3 문화 아이들)에게 “Where are you from?”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A 양은 자신이 4살이 되던 해 부모님의 직업으로 인해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국제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싱가포르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은 전형적인 TCK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한국 부모님들 밑에서 항상 한식을 먹고 자랐지만, 연중 따스한 싱가포르의 문화도 함께 익히며 자라게 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캐나다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해서 친구들이 A 양에게 물어봅니다.
“Where are you from?”
A 양은 자신이 싱가포르에서 왔다고 대답합니다. 모든 동기들은 A양 이 당연히 싱가포리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방학을 이용해 싱가포르로 다시 돌아오는 아이 손에는 한국 여권이 들려 있었던 것을 본 친구는 “너 싱가포리안 아니야?”라고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TCKs들은 엑스팻(expatriate) 버블 안에서 풍요롭고 다양한 경험을 누리면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문화, 언어적 차이와 외국 생활의 다양한 어려움으로 생활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뿌리를 단단히 다져가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들로 인해 심리 발달적 지연 혹은 혼란 등의 문제를 겪을 수도 있게 됩니다.
지난 글에서 TCKs들이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이점과 어려움들에 대해서 알려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 TCKs들은 특별하게 공유하는 그들만의 강점과 어려움이 있음을 인지하고 너그럽게 바라봐 주세요.
가장 대표적인 어려움은 언어입니다.
한국인이지만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어가 메인 언어로 자리 잡게 됩니다. 유아기부터 해외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 원어민에 가깝게 영어가 자유롭고 편합니다. 하지만 한국어는 영어 능력에 비해 부족합니다. 거기에 추가 언어로 하게 되는 중국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다 조금 더 커서 온 아이들의 경우는 한국어는 꽤 잘하지만 학업적 부분에서 영어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향과 특성에 따라 언어를 조금 더 수월하게 습득하는 학생들이 있기도 하지만, 언어적인 습득이 어려운 학생들도 존재합니다.
생활 영어를 배우는 것과 학습적인 영어를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려움 없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더라도 학업에서 언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알아주고 너그럽게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필요시 아이들의 나이에 맞춘 학습보다는 아이 수준에 맞춰 영어 습득을 도와준다면 영어를 배우고 자신감을 쌓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만의 문화를 만들어 주세요.
A 양은 한국인이지만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은 싱가포르기에 한국보다 싱가포르는 A 양에게 의미 있고 정체성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라입니다. 대학 가서 가장 그리운 것이 엄마 밥과 마일로(milo)라고 하니 분명히 한국과 싱가포르가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 거주하던 가족만의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매일 한식을 먹더라도 싱가포르 국경일에는 함께 나가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다양한 국가의 행사들을 경험해 보고,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도 함께 즐기면서 가족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자라나는 환경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부모입니다. 믿음과 사랑으로 큰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나고 자랐던, 부모가 있는 곳이 바로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 될 테니까요.
To be continued...
*본 글은 싱가포르 교민잡지 코리안 월드 2022년 12월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1, 2편 나누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