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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숙한 영미샘 Jun 05. 2023

싱가포르 법인 설립

해외에서 사장되기 5편

2016년 4월 싱가포르로 이사를 와서 첫 몇 년간은 아이 키우기에 집중했다.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것도 있었다. 외국 땅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할지, 수만 가지 고민을 해 보았지만 딱히 만족스러운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간 해왔던 성교육과 심리상담을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가 가장 막막했다. 다양한 언어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회사에 이력서를 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선택처럼 느껴졌지만, 성교육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력서 작성을 계속 미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교육과 심리상담을 함께 하려면 내 개인 사업체를 만들어서 두 가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만의 회사를 만든다면 내가 하고 싶은 두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법인 컨설팅 회사를 소개받고 상담 신청을 했다. 대형회사들을 주로 담당하지만, 개인인 나도 아주 친절히 상담해 주었다.


싱가포르에는 총 5개 형태의 회사 설립가능하다. 내가 가진 비자와 내가 하려는 사업 형태에는 일반회사인 priavte limited company가 가장 적합했다. 싱가포르도 한국처럼 개인사업자가 있지만, 내가 가진 비자로는 개인사업자 형태는 불가능했다(현재는 개인사업자 설립이 가능하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기는 하지만 내가 열정 있고 잘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거기에 초기 3년은 10만 달러까지 이익은 세금이 0%, 세금 감면 혜택이 매력적이었다. 사실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여 돈을 벌고 회사를 꾸려나가면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많은 부서의 협업이 필요해요.

2020년 어느 날, 법인 설립을 위해 컨설팅 회사에서 상담을 하고 돌아오던 길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내가 그동안 노력해 왔던 것이 드디어 빛을 바라게 되었구나' 하는 벅찬 감동과 함께,

어떻게 사업체를 꾸려 나갈지에 대한 두려움,

죽지 않고 버텨온 10년,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 온 10년,

지난 20여 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은 기쁨과 그간 내가 감내해 왔던 심리적 어려움들에 대한 서러움 모든 복잡한 감정이 올라오며 눈물이 났다.


2020년 11월, 법인 설립을 위한 모든 서류 작업을 마치고 싱가포르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2021년 6월 1일 싱가포르 내 한인들을 위한 심리상담과 성교육 센터 싸이키 앤 에로스 컨설팅 사무실을 정식오픈하였다. 최근 내가 운영하는 심리상담 및 성교육 센터가 설립 2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년간 약 30명의 청소년, 성인 심리상담을 해왔고, 20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맞춤 성교육을 해왔다.


정식 오픈 후 의기양양하기도 했고, 때론 모든 것을 놓고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 시작할 때 다짐했던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 보고, 나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 잡곤 했다.


고객을 만날 때는 호수 위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매 분기마다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소명을 가지고 만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보면 회사 설립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인생엔 잠시 스쳐가는 사람일지라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애썼고,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선한 사람을 키워내는 영미샘으로 활동하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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