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옆자리에 앉은 한 친구가 작은 스크린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 친구는 스크린을 가볍게 터치하며 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기사의 아래로 내려갔고, 엄지와 검지를 활용하여 확대하였다. 처음으로 멀티터치를 마주했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모바일 인터랙션은 사용자가 모바일과 대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멀티터치와 아이폰이 처음 소개된지 8년이 지나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과 함께 3D Touch를 공개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강력한 결합으로 탄생한 3D Touch는 현재 멀티터치를 이을 강력한 애플의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모바일 인터랙션은 초기에는 괜찮았지만 사용하는 기능과 서비스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화면을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블룸버그에서 나온 How apple built 3D Touch iPhone 6s를 보면 3D Touch를 개발한 가장 큰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년 전부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모바일이 너무 많은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메시지, 앱, 지도, 링크, 사진, 음악 등 수많은 기능들을 사용하죠. 하지만 항상 들어갔다 나가는 행위를 반복하며 상당히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 디자인 팀에서는 끊임없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압력을 인터랙션에 사용한다면? 그 압력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가장 빠른 방법을 제시한다면?'
3D Touch의 시작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였지만 개발은 수년 동안의 투자가 수반된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오랫동안의 협업으로 경험이 쌓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자인 팀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애플은 모바일의 고질적인 문제 개선에 아낌없이 투자 하였고 2년의 디스플레이 개발기간을 걸쳐 3D Touch를 만들었다.
3D Touch의 가장 큰 핵심은 모바일에서 화면 간의 이동으로 널뛰던 컨텍스트를 Peek and Pop을 통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가볍게 눌러보고 기기는 이에 살짝의 단서를 제공하며(peek), 좀 깊게 눌렀을 때 그 단서는 확장된다(pop).
사용자가 눌러본다는 것을 단순히 선택의 의미가 아니라, '한 번 볼까?' 정도의 사용자 의도와 결합 시킴으로서 3D Touch는 기존에 쪼개어져 있던 모바일의 사용성을 아주 부드럽고 다이나믹하게 개선한다.
특히 메신저와 같이 다양한 액션이 존재하는 서비스에 적용된 것을 보면 3D Touch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링크, 장소, 스케쥴 등 대화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화면 이동없이 기존의 컨텍스트를 유지하면서 쉽게 탐색 가능하다.
메신저나 소셜 서비스들이 다양한 컨텐츠와 기능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3D Touch는 확연히 달라진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이미 단순한 모바일 메신저가 아니라 쇼핑, 결제, 컨텐츠를 제공하여 중국내에서 모바일 포탈이 되어가고 있는 위챗이 3D Touch로 확연히 달라진 UX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도 결코 틀리지 않다.
또한 3D Touch는 홈 화면을 사용하는 방식도 바꾼다. 그 동안 앱으로 들어가서 접근해야 했던 중요한 기능들이 quick action을 통해 제공됨으로써 손쉽게 접근 가능해졌다.
좋은 UX는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사용해보면 왜 진작 이것이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애플의 User Interface Design의 부사장인 Alan Dye는 애플의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제품과 사용자 사이에 발생하는 아주 작은 마찰도 제거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모든 것을 아주 당연하게 느끼길 원합니다.
3D Touch가 뛰어난 것은 한 번 사용해보면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면서 우리의 손가락과 뇌가 자연스럽게 적응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3D Touch는 또 다시 모바일 인터랙션을 한 단계 진일보시키고 많은 서비스들을 변화시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