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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디 Aug 21. 2020

어떤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할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나는 그다지 잘하는 일이 없는 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뭐든지 초급 단계에서는 남들보다 빠르게 습득하고 잘하는데 중급 그리고 고급 단계로 갈수록 남들보다 잘하는 법이 없다.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약 10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줄곧 같은 팀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주제나 난이도는 달라졌지만, 어쨌는 나는 입사 후 지금까지 쭉. 교육팀에서 교육업무를 하고 있다.


난 그럼 교육 업무를 잘하는 사람일까. 이 질문에 어떤 사람은 격하게 머리를 끄덕이고 어떤 사람은 썩은 미소를 짓는다. 왜 같은 일인데 잘한다는 기준이 현저히 다른 걸까.


애니어그램 4번 기질. 예술가 기질이라고 한다.

난 이제까지 나의 기질이 사람 관계에 특화된 애니어그램 2번 기질이거나 중립을 추구하는 9번 기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 듣게 된 애니어그램 교육에서 나온 결과는 충격적. 4번 유형이었다.


숫자로 따지자면 5번 유형이 제일 높았지만 애니어그램은 숫자가 높다고 그게 본인 유형이 아니라고 했다. 애니어그램은 본인의 유형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 본인의 유형을 찾아낸 순간부터 깨달음(?) 이 오는 진단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건지 4번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나였다. 단체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규율에 맞추기 어려워하는.


나는 교육업무가 좋았다. 게다가 전공도 교육이었다. 많은 사람이 교육업무를 부러워했다. 우리 팀에 오고 싶어 했다. 이런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의 나였지만 죄 책 감이 들 정도로 어떤 날에는 교육이 너무 싫었다. 빡빡한 시간, 빡빡한 공간, 빡빡한 규율..


하지만 난 그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죄책감이 들어 그만큼의 에너지를 더 쓰고 있을지라도 내가 이 공간을 이 시간을 버거워하는 것이 티 나지 않도록.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끝내 보도록.


하지만 야속한 내 다크서클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마다 원래도 검은 얼굴은 점점 검어졌고 두꺼운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다크서클이 야속하리만큼 더 진해지곤 했다.


교육팀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이 업무의 꽃이다. 신입사원 교육을 주니어 때 잘 해내지 못하면 아무리 다른 뒤치다꺼리 업무를 해내고 해내고 또 해내도 낙인이 찍힌다. 저 사람은 교육 업무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런 내가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지 않고 계속 교육 업무를 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비대면 형태의 교육을 만들어 나가는 상황.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애니어그램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서는 보조 번호로 1번이 나온 나에게 아주 칭찬해주셨다. 4번이 이상적으로 건강한 상태가 되었을 때 1번의 양상으로 간다며, 4번으로 회사생활하는 것이 사회생활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남들보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생활이었을 텐데 장하다고. 멋지다고.


엉뚱하게 이 대목에서 남들보다 잘하는 나의 장점을 찾아낸 느낌이었다. 사회생활을 위해 내가 잘해야 하는 것은 고급단계의 한 가지 장점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초급 단계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것.


엉뚱한 나의 장점. 이젠 좀 사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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