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손인 내가 고치다니!
"여보~!! 여보~!!"
상쾌한 일요일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나를 부르는 아내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왜~"
"빨리 와봐. 화장실 변기 물이 안 멈춰"
응?
화장실 변기 물이 안 멈춘다고? 이게 웬 뉴욕 한 복판에서 자연인 찾는 소리 다냐?
아내의 다급한 호출에 일단 화장실로 달려가 보니 아내의 말 그대로다.
원래대로라면 변기 물은 핀 밸브(유튜브 보고 오늘 처음 알았음. 전문가 아님)의 부력으로 어느 정도 차면 물이 멈춰야 되는데 물이 계속 나와 변기 안으로 계속 유입이 되고 있던 것.
"어 왜 이러지?" 타고난 똥 손인 내가 이런 걸 고칠 수 있을 리 없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남편이 고쳐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는 아내의 눈을 애써 외면하며 애꿎은 변기 물만 내렸다 채웠다를 반복하였다.
"여보 경비실 부를까?"
"그러게 계속 나오네. 일단 수도밸브 잠가 놓고 전화해 볼까?"
그러다가 나의 뇌리를 스친 운명의 단어 하나. 유 튜 브.!!
"유튜브 한 번 찾아볼까?"
전에도 자전거 바람 넣는 방법을 몰라서 자전거포에 가려다 유튜브를 보고 무사히 자전거 바람을 넣었던 기억이 있어 오늘도 유튜브 신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변기에서 물이 계속 나올 때'라는 검색어를 경건하게 입력한다.
와~ 변기 관련 동영상이 30개도 넘게 나온다.
동영상을 하나하나 보다가 우리 집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동영상을 찾았다.
<해당 동영상 링크는 하단에 첨부>
이 동영상 보니 변기 내의 핀 밸브를 풀었다가 다시 조립을 하면 웬만하면 해결이 된다고 한다.
나도 동영상을 따라 핀 밸브 하단의 연결부위를 풀어서 꺼낸 후 끼어있는 이물질을 닦아내고 다시 변기 안에 핀 밸브를 집어 놓고 조립을 시도한다.
"아~ 역시" 나 혼자서는 잘 안 된다.
"여보 이것 좀 잡고 있어 봐. 내가 돌릴게" 끙끙 낑낑 여차저차 해서 어쨌든 조립 성공!
다시 물을 틀어보니 이번에는 물이 계속 나오지 딱 멈춘다. 성공이다.
"여보~!! 우리가 해 냈어"
마치 동계올림픽에서 황대헌 선수가 금메달을 딴 마냥 환호성을 지른다. (쇼트트랙에서 중국 선수가 넘어졌을 때 더 크게 환호성을 친 것은 비밀이다.)
그러자 아내가 나에게 엄지 척을 내보이며 한 마디 한다.
"아니야 자기가 다 해냈지. 우리 수리비 벌었네"
아 진짜 똥 손인 내가 고치다니!!
고스톱 쓰리고에 피박 광박까지 다 챙긴 듯한 기쁨이 밀려온다.
끼얏호~!!
마감의 달인 예술가 화니님~
우리 가족 맘 편히 O 쌀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
유튜브도 고마워요.
사람들마다 자신이 자신 없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나의 경우에는 워낙 똥 손이라 어떤 물건을 고치거나 만드는 것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낀다. 나는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잘하는 것만 보여주고 싶은데, 무엇을 만들고 고치는 것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누가 나보고 '이것 좀 고쳐주세요'라고 부탁을 하면 괜스레 위축이 되고 잘 안되면 초조해진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용납이 안 된다.
그런데 오늘은 이러한 내 마음속의 허들을 하나 뛰어넘은 느낌이 든다.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도 않고 부담도 갖지 않고 덤덤히 일을 처리했다. 아내는 108배 덕이라고 그러는데 그것도 한 몫했을지 모른다.
누구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작은 진전으로 느껴져 괜히 자랑하고 싶다. 물론 지금 창피한 것도 모르고 나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지만 말이다.
살짝 부끄럽긴 하지만, 나 오늘 참 잘했다.
나는 어떻게 변기를 고쳤나?
여기서 방구석의 먼지처럼 계속 나오는 변기의 물을 멈춘 방법을 소개하자면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마감의 달인 예술가 화니>님이 손으로 집고 있는 볼트 부분을 돌리면 핀 밸브가 분리가 된다. 이를 풀고 핀 밸브 부속품에 붙어 있는 찌꺼기들을 청소한 후 다시 조립하면 웬만하면 업자를 부르지 않고 화장실 변기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업자를 부르기 전에 한번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업자를 부르자.(이것도 귀찮다. 그럼 그냥 부르자.)
'이제 차분히 앉아서 조용히 글 좀 써볼까?' 하며 컴퓨터를 켜는데 또다시 나를 찾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이리 좀 와 봐요!!"
아 또?
"네네~ 지금 갑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우리에게는 유튜브가 있으니까!
<변기 물 멈추는 방법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