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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온 May 24. 2022

벨기에에서 전해 들은 안락사를 선택하신 분 이야기...

5년 전 일이다. 남편 동료로부터 다음 주 월요일은 월차를 써야 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날은 친할아버지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시는 날이기 때문이란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된 나라이며..... 뭐 그런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가까운 사람 중에 실제로 안락사를 선택한 분 이야기는 처음 들어서 놀랐다.  

남편이 전해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2017년 봄, 85세인 할아버지는 말기암 진단을 받으셨다. 그분은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 안락사를 선택하겠다"라고 담당의사에게 선언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안락사 사전 절차. 환자는 우선 신체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여야 하고 의사, 심리상담사와 여러 차례 상담을 받으며 본인이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진심으로 원하지는 숙고할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본인의 결정을 최종적으로 3명의 의사 앞에서 확인해주고 떠날 날짜를 정하게 된다. 동료의 친할아버지는 암 진단을 받은 후 6주 뒤, 8월의 한 월요일을 선택하셨다. 모든 가족이 오후 4시 병실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가 와서 10분 뒤에 진행하려고 하는데 결심에 변함이 없으신지 재차 질문하였고, 할아버지는 고민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셨다. 할아버지도, 의사도 가족들의 참여는 선택사항이라고 설명하였고, 가족들은 모두 함께하기로 합의하였다. 마지막 10분을 모두 함께 보낸 후, 의사는 할아버지에게 수면제를 주사하고 수면 상태임을 확인한 후 심정지 약물을 주사하였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떠나셨단다. 


기분이 이상하다. 타인의 죽음을 전해 듣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갑자기 앞집 아드리안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분이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실 때 소포를 전해드리러 잠깐 방문하게 되었다. 평범하던 날 오후였는데 안부인사를 나누다 갑자기 자신은 곧 죽을 거 같다며 내 앞에서 울먹이셨다. 그분은 유쾌함의 대명사셨다. 항상, 언제나, 웃음을 주시던 분이셨는데 내가 뵈었던 그분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슬픔과 두려움에 찬 모습으로 남아 너무 속상했었다. 그런데 안락사를 선택하신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웃으며 떠나셨다면... 가족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그러나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다. 부끄럽다. 타인의 죽음마저도 나에게 편한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다니... 창피하지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래도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을 가지고 난후 떠날 수 있었던 그분은 편안히 돌아가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직접 그분의 느낌을 듣지 못해서 나의 짐작만으로만 끄적이게 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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