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세드 Nov 17. 2024

프롤로그

독서를 취미로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심심함과 무료함을 견디기 위한 궁여지책이었기에 이리 오랜 시간 나와 동행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취미를 넘어 삶 자체가 되어버렸고.


그간 읽었던 책을 돌아본다. 여자의 일생, 주홍글씨 등 고전으로 독서의 문을 열었던 중학생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고 원태연, 이정하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 문학소녀가 되었다. 청년이 되어서는 은희경, 공지영, 신경숙, 양귀자 작가의 글에 빠져들었다. 요즘말로 하자면 도장 깨기를 하며 전권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방황하던 시기에는 신앙서적과 자기 계발서도 빼놓지 않았었다. 나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줄 거라 기대하면서. 성공하지만 신앙도 지키는 사람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도 성공과는 요원해 보이는 나의 삶.

‘해도 안 돼!’더라는 마음을 갖고 계발서를 내 삶에서 몰아냈었다. ‘너랑 난 안 맞아!’하면서. 심통이 난 것일까 아니면 실천할 의지가 없었을까. 아니, 재미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내 성격에 맞게 딱 떨어지는데 재미가 없었다. 책을 읽으며 깔깔깔 웃고 싶고 어떤 날은 펑펑 울고도 싶은데 그런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계발서는 내게서 멀어져 갔다. 대신 그 자리에 소설, 소설, 소설이 자리를 잡았고.



그 계발서를 다시 읽어보려 한다. 자기 계발에 진심이신 분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보면 어떻겠냐고. 서로에게 서른 권의 책을 추천한다. 2주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서른 권의 책을 다 읽고 글을 쓰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듯하다. 일단 시작해보려 한다. 죽이 될지 밥이 될지는 쓰다 보면 알겠지.



“서로의 페이지를 넘기다”를 제목으로 정했다.

상대가 추천한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 시작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가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로 하려 한다. 달리기에 진심이기도 하고, 그의 소설은 영 나랑 안 맞았는데 에세이는 어떠한가 궁금하기도 해서. 이제 시작이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p.25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